

[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화장품 유통 전문 기업 '글로본'이 5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한상호 대표가 '꽃놀이패'를 쥐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본 확충을 통해 글로본의 유동성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지분 확보로 한 대표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예견되는 탓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글로본'은 5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발행 신주 수는 704만2253주, 주당 발행가액은 710원이다. 증자 전 발행주식총수 대비 신주 비중은 20.24% 수준이다. 당초 유상증자 대금납입일은 지난달 28일이었으나 이달 28일로 연기됐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의 대상자는 한상호 글로본 대표다. 오너이자 최대주주인 한 대표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만큼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읽힌다. 이를 반영하듯 주가 역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후 긍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한 지난달 17일 글로본 주가(종가 기준)는 863원이었으나 지난 4일 1083원으로 25.49% 상승했다.
주목할 부분은 이번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한 대표가 꽃놀이패를 쥐게 됐다는 점이다. 우선 책임경영의 일환이지만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한 대표가 보유한 글로본 지분율은 4일 기준 13.33%(463만8606주)다. 특수관계자를 포함한 보유 지분율은 13.62%다.
글로본에 따르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한 대표가 유일하다. 한 대표의 지분율을 감안할 때 지배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당장 경영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다만 2015년 글로본을 인수할 당시 보유한 주식 수(477만6706주)와 큰 차이가 없지만 지분율(25.59%)은 12.26%포인트 하락했다. 그동안 지분 희석이 상당히 이뤄진 셈이다.
앞서 한 대표는 2015년 말 장내 매수 방법으로 글로본(당시 베리타스인베스트먼트) 주식 약 428만주를 주당 1650원에 매입했다. 이후 글로본 최대주주였던 에스비아이코리아홀딩스로와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 주당 2270원에 50만주를 확보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경영권 인수를 위해 82억원가량 쓴 셈이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는 704만2253주로, 더 적은 비용으로 기존에 보유 중인 주식 수 보다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지속된 주가 하락으로 글로본 인수 당시 주가와 비교해 3분의1 수준으로 낮아진 탓이다.
결과적으로 한 대표는 글로본 지분율을 13.33%에서 27.92%로 14.59%포인트 끌어올려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이는 글로본을 인수할 당시와 비교해도 높은 지배력이다.
아울러 한 대표는 유상증자를 통해 글로본에 유동성을 확보해 주면서 최대주주로서 부담감을 덜게 됐다. 특히 향후 글로본이 외부 자금을 유치하는데 '최대주주 지분율 희석'이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통상 전환사채(CB) 등 메자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경우 전환청구권 행사를 통해 발행주식수가 예전보다 늘어나면서 지분 희석이 불가피할 수 있다. 이 때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으면 메자닌을 발행하지 못하거나 발행 규모를 줄이는 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한 대표의 지분율이 상승하면서 이 같은 부담에서 벗어난 셈이다.
다만 한 대표가 2022년 말 경영권 매각에 나선 전례가 있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향후 경영권 매각을 위한 수익성 개선 목적의 선제적 조치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앞서 한 대표는 2022년 10월 말 퀀텀리사이클솔루션과 크루즈홀딩스, 시타델홀딩스와 경영권 양도 계약을 맺고 보유 주식 400만주를 200억원에 매각키로 했다. 그러나 자금 납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한 대표의 엑시트 계획은 무산됐다.
글로본 관계자는 "이번 유증은 운영자금 확보 차원에서 진행됐다"며 "한 대표가 왜 유증을 결정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전해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 대표가 당장 엑시트를 할 계획이었다면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장의 엑시트 우려를 일축했다.
글로본은 기초화장품과 마스크팩 그리고 화장품 용기(튜브) 등의 제조 및 판매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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