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LG에너지솔루션(AA0)이 내달 초 회사채 시장을 찾는다. 이번 발행 역시 빅이슈어로서 면모를 과시하면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조6000억원까지 최대 발행 규모를 열어뒀다. AA급 우량한 신용도를 자랑하고 있지만 배터리업계를 둘러싼 대내외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은 부담이다.
31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월 6일 8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트랜치는 2년, 3년, 5년, 7년, 10년으로 나눴다. 최대 1조6000억원까지 증액 발행 규모를 열어뒀다.
이번 회사채 발행 대표주관사는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5개사다. 인수단으로는 미래에셋증권, 한화투자증권, 키움증권, DB금융투자가 참여한다.

지난 2023년 공모채 시장에 처음 등장한 LG에너지솔루션은 첫 발행에 1조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빅이슈어로 자리잡았다. 지난해에도 1조6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당초 8000억원을 목표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총 5조1000억원의 유효수요를 확보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최종 발행 규모인 1조6000억원도 단일 회사채 발행 규모로는 새로운 기록이었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동일한 규모로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다만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배터리 업황이 악화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실적은 악화됐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5조6196억원, 영업이익은 5754억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전년대비 각각 24.1%, 73.4% 감소한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의 경우 매출 6조4512억원, 영업손실 225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신규 투자를 최소화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장승권 LG에너지솔루션 재무총괄 전무는 "증설 투자의 상당 부분에 해당하는 건물들이 어느 정도 완성돼 있고, 신규 투자를 최소화해 투자는 점진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금 조달은 영업 활동을 통해 창출되는 내부 재원으로 우선 활용하고, 추가 필요 재원은 외부 차입 등을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작년만큼의 수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회사채 순발행 기조를 이어간다. 2023년에 시장에 데뷔한 '뉴이슈어'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1250억원에 불과하다. 지난 2023년에 발행한 2년물 회사채의 만기가 6월에 도래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회사채 발행을 통해 최대 4조원 이상의 회사채 잔액을 보유하고 차후 순차적으로 롤오버(만기 연장)하는 구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주관사단은 시장 환경을 인식해 묘수를 내놨다. 일반적으로 AA급 이상 우량 발행사는 '개별 민평'을 기준으로 회사채 밴드를 제시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희망금리밴드를 등급 민평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AA0 등급 민평을 기준으로 -30bp(베이시스포인트)에서 +30bp를 가산하는 수준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등급민평 대비 높은 수준으로 금리가 확정되더라도 LG에너지솔루션은 조달 금리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개별 민평은 3년물 기준 2.989%, 같은 트랜치 AA0 등급 민평은 3.114%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이 발행한 3년물 회사채 금리는 약 3.889%다. 금리밴드 최상단으로 금리가 확정되는 것을 가정할 경우에도 이날 등급민평 기준으로 최종금리는 약 3.414%로 예상할 수 있다. 지난해보다 약 40pb 이상 낮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등급 민평을 금리 기준으로 제시하는 경우는, 개별 민평이 더 높아 발행사가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은 반대로 개별민평이 더 낮은 경우로, 최대한 시장에서 많은 유효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