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2025년 새해가 밝으면서 회사채 시장도 활짝 문을 열었다. 연초 효과를 노리고 올해 1월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기업만 30곳을 넘어선다. 특히 우량 기업뿐 아니라 다수의 BBB급 비우량 기업도 회사채 시장을 찾아 눈길을 끈다. 역대급 연초 효과를 보였던 지난해 1월보다 그 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BBB급 신용등급을 보유한 기업 세 곳이 회사채 시장을 찾는다. HL D&I(BBB+), 두산(BBB+), 한진(BBB+) 등이 대상이다. 역대급 연초 효과를 봤던 지난해 1월 발행에 나섰던 BBB급 기업이 SLL중앙(BBB0) 한 곳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된다.
BBB급 회사채 발행이 늘어나는 건 올해 상반기에 몰린 만기 도래 채무 물량과 연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만기 채무 물량은 총 6690억원으로 하반기(3660억원) 대비 2배가량 많다.
실제 HL D&I와 한진의 경우도 올해 상반기 각각 2500억원, 1260억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 일정이 있다. 반면 하반기에는 만기 물량이 없거나 상반기 물량의 절반이 채 안되는 채무(520억원)를 갚아야 한다. 두산은 올해 상·하반기 각각 400억원, 430억원의 만기 일정이 있다.
증권업계는 올해 1월 비우량채 발행 물량이 늘었지만 수급에는 크게 무리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주문 물량의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미달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구간인 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는 곳에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릴 것"이라며 "다만 기업마다 펀더멘탈이 상이한 만큼 하위 그룹에 대한 차별화는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문 규모에 차이는 있을지 언정, 비우량채라고 해서 모집액이 미달되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기 하나증권 연구원도 "회사채 발행이 증가하더라도 연초 효과에 힘입은 회사채 발행물에 대한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모든 만기 수급에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HL D&I·두산·한진 등 세 기업의 회사채 발행량이 크지 않다는 점도 수급 미달 우려를 잠식시키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실제 세 기업 모두 발행액 규모가 각각 1000억원을 넘지 않는다.
HL D&I의 경우 1년물과 1.5년물로 구성된 710억원 수준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며, 두산과 한진 역시 2·3년물로 각각 500억원, 600억원 규모다.
반면 1월에 회사채 시장에 나오는 A~AA급 회사채의 발행 규모의 경우 1000억원을 크게 웃돈다. 가장 작은 발행량을 꼽아봐도 SK지오센트릭(AA-)의 회사채 모집액인 1500억원 수준이다. 이같은 점을 고려하면 BBB급 회사채 발행에 대한 수급 부담은 크게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수급 측면에서 안심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만기 도래 회사채 규모가 79조원을 넘어서면서 올해 1~2월 회사채 발행 규모가 예년에 비해 많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역대급으로 만기 채무 규모가 크다 보니, 연초 효과에도 업종별·등급별 수급 불균형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한진과 두산의 경우 기업 펀더멘탈이 우수해 투자 수요가 우호적일 것으로 전망, 회사채 발행 통한 자금 모집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HL D&I 한라의 경우는 건설업종에 대한 투심 저하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적용되는 만큼 모집액을 크게 웃도는 주문액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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