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신임 KB라이프생명 대표로 추천된 정문철 국민은행 부행장은 전임 이환주 대표와 마찬가지로 KB금융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평가받는다. 통합 이후 두 번째 CEO(최고경영자)까지 재무 전문가를 앉힌 것은 단순한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 중심의 경영 성과에 방점을 두겠다는 셈법으로 읽힌다.
정 부행장은 1968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은 후 국민은행으로 입행했다. KB금융지주 경영관리부를 거쳐 국민은행에서 재무기획부장, 전략본부장을 맡으며 재무와 전략을 두루 경험했다. 이어 경영기획그룹대표(전무), 중소기업고객그룹대표(전무), 개인고객그룹대표(부행장)를 역임하며 경영진 역량도 입증했다.
앞서 정 부행장은 올해 계열사 CEO 인사에서 유력한 후보군 중 하나로 꼽혔다. 특히 재무·전략을 모두 경험한 인물이라는 점이 근거가 됐다.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을 비롯해 허인 전 국민은행장, 이재근 행장 모두 재무·기획을 두루 거쳤던 만큼 정 부행장 역시 차기 CEO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서다.
실제로 정 부행장은 이환주 대표, 김재관 KB금융지주 부사장 등과 함께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거론됐다. 이후 이환주 대표가 차기 행장 후보로 추전되자 차기 KB국민카드 CEO로도 물망에 올랐다.
정 부행장이 국민카드가 아닌 KB라이프 대표로 선임된 것은 양종희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양 회장은 2014년 LIG손해보험 인수를 진두지휘한 장본인일 뿐더러 이후 KB손해보험으로 출범된 후에는 2016년부터 5년간 대표로 재직하며 보험업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보험업에 대한 이해가 두터운 만큼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을 배치했다는 평가다.
특히 KB라이프의 경우 갓 통합이 마무리된 만큼 아직 성장 확대보다는 내실 강화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KB라이프는 지난 2020년 4월 KB금융이 인수한 푸르덴셜생명을 KB생명과 통합 후 2023년 1월 새롭게 출범했다.
이환주 대표 역시 KB라이프를 맡으며 안정적인 통합 작업을 마무리하는데 주력했다. 지난해 말 인사시스템을 통합한데 이어 올해 3월 전산시스템도 통합해 업무적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다만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지날 필요가 있다는 전망이다. 통합작업 마무리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결합, 계열사 간 연계 등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최소 2~3년의 기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런 만큼 정 부행장이 당장 사업 확대보다는 성장을 위한 기반 마련이 핵심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는 정 부행장과 관련해 "보험·투자 손익의 균형감 있는 성장을 위해 구성원들의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조직관리 리더십을 갖췄다"며 "이를 통해 다양한 고객 맞춤형 상품 포트폴리오 확장과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며 고객의 생애 전반을 지원하는 보험사로의 전환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