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수출 위주 경제 성장에는 반드시 사회 안정이 뒤따라야 하는 만큼 혼란스런 정국이 속히 잠재워지기 만을 바랄 뿐이다."
45년 만의 비상계엄 사태를 바라보는 한 경제단체 관계자의 우려 섞인 목소리다.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이 사상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에 그대로 얼어 붙었다. 용산발(發) 계엄은 6시간 천하로 일단락 됐지만 국내 경제에 예상치 못한 후폭풍이 불어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1%대 경제성장이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이 이어지는 가운데 계엄 사태 이후 환율·주가마저 국내 기업에게 비우호적으로 돌아선 점을 고려하면 정국이 속히 정상화돼야 한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저녁 긴급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국회가 4일 오전 1시경 본회의를 통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며 사태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따른 충격파는 이제 시작이다. 국내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원화가 힘을 잃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발을 빼는 등 시황이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은 4일 주식 시장이 열린 지 1시간 만에 6000억원 규모의 코스피 현·선물을 순매도했고 환율 역시 3일 저녁 비상계엄 선포 직후 20원 가량 오른 뒤 현재 1430원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국내 시장을 향한 투심이 크게 둔화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이탈하고 주가가 일제히 급락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화 자산 가치가 떨어지고 달러를 선호하는 시장 분위기가 환율 리스크를 불러올 것"이라며 "수출에 기대 성장해 온 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들이 일부 타격을 입게 되면서 경제 성장 전반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실질경제성장률 1.36% 중 수출기여도는 1.17% 포인트에 달한다. 전체 경제성장의 86.1% 가량이 수출과 직결되는데 이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과 2배 이상의 격차다. 이번 계엄 사태 여파로 외환·금융시장에 충격파가 거세진다면 산업 성장 한계가 여실히 노출되는 셈이다.
이를 두고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은 당분간 경제부처와 협의를 늘리고 정국을 지켜보며 기업 활동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여의도 상황을 주시하며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며 "사태가 종결이 아닌 일단락된 차원인 만큼 시장에 대한 추가 분석이 이뤄질 것이며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은 따로 밝히진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도 "국내 산업 전반이 수출 위주인 만큼 기업 규모나 업종을 불문하고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며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업체들의 저가공세에도 버거운 상황에서 계엄 리스크까지 더해지면 많은 기업들이 사상 초유의 어려움을 호소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당분간 외부활동보다 다양한 정부 부처들과 협의 비중을 늘려 경영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은 기업인들의 어려움과 시장 우려를 정부에 직접 전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리스크와 관련 없는 외부활동은 당분간 최소화할 방침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4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상법 개정 관련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계엄 여파로 행사를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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