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지 6시간 만에 해제를 선언하면서, '실패한 계엄령'에 대한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치계는 물론 노동계와 시민들까지 나서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만큼 대통령실이 어떤 입장을 발표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3일 오후 11시를 기해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4일 오전 1시경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면서 사실상 무효화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4시20분경 긴급 대국민담화로 "국회의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곧바로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식적으로 계엄을 해제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1980년 5월18일 이후 44년 만이며,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입법독재와 국정마비 등을 이유로 비상계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돼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됐다"며 "빠른 시간 내에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 시키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긴급 담화 이후 여·야를 가리지 않고 거센 반발이 일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 계험 선포는) 위헌이고 위법"이라며 "즉각 국회 차원에서 계엄 해제를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위헌적이고 반국민적인 계엄 선포"라며 "국민 여러분은 국회로 와 달라"고 말했다.
계엄 선포 직후 곧바로 서울 여의도 국회 출입문이 전면 봉쇄됐으며, 출입도 통제되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0시40분께는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 본회의장 진입 위해 유리창을 깼으며, 이를 막으려는 국회 보좌진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발빠르게 본회의장으로 입장한 덕분에 계엄 해제를 요구하기 위한 재적의원 과반인 최소 150명 기준을 웃도는 재석의원수(190명)를 충족시켰고, 전원 찬성을 이끌어냈다.
특히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한 대표와 이 대표가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사실상 윤 대통령의 리더십 붕괴를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YTN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헌정질서 중단의 위기 앞 이성적 판단이고 민주공화국의 가치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는 사람이라면 여야가 없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내란죄 공범 정당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으려면 단호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윤 대통령의 향후 거취가 불투명해지는 분위기다. 여당은 이날 오전 8시 비공개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윤 대통령의 당 탈퇴를 요구하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또 국민의힘 지도부는 비상계엄을 저지하지 못한 국무위원 전원 사퇴와 비상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국방장관의 해임을 요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게 즉시 하야(자진사퇴)할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해 "친위세력이 일으킨 실패한 쿠데타"라고 평가하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공개했다. 혁신당은 발의 전까지 다른 야당과 탄핵안을 수정 및 보완할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에서도 일제히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윤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규탄해야 한다며, 윤 정권 퇴진 시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국회에 요구했다.
박 전 의원은 "민주당에서 탄핵소추안을 작성을 해서 5일 국회에 보고하고 이번 주 내에 (윤 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하던지, 탄핵을 받던지 둘 중에 하나를 결단을 하라고 최후통첩성으로 얘기를 했다"며 "(윤 대통령은) 그 이상의 책임까지 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대통령실은 현재 침묵으로 일관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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