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추진을 보고받고 두 회사의 미래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후진술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 같이 말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인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에 대해 다시금 억울함을 호소한 셈이다.
25일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회장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을 열었다. 재판 피고인은 이 회장을 포함해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 14명이었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1시 7분께 회색 넥타이에 검정색 정장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의 위기, 결심공판을 앞둔 심정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빠른 걸음으로 법정에 들어갔다. 재판은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6시간가량 진행됐다.
이 회장은 오후 7시 30분께 진행된 피고인 최후진술에서 "올해 초 1심 판결을 선고받던 때가 떠올랐다. 당시 무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안도감 보다는 훨씬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삼성과 저에게 보내 주신 애정 어린 비판과 격려를 접하면서 회사 경영에 대한 새로운 각오도 마음 속 깊이 다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외 여러 사업가들과 각 분야의 전문가, 현장에 있는 여러 임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삼성의 미래를 고민했다"며 "그간 진행된 항소심 재판은 다시 한번 제 자신과 회사 경영을 되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최근 불거진 '삼성 위기론'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 회장은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녹록지 않다.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수준이 높은 만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그는 "부디 저의 소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4년째 이어지고 있는 사법 리스크를 해소해 경영활동을 정상화하고자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최후진술에 앞서 검찰의 구형이 있었다.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하고,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김종중 전 전략팀장에 대해 각각 징역 4년 6개월과 벌금 5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1억형을 구형했다. 모두 1심 때와 동일한 형량이다.
검찰은 구형 사유에 대해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회사와 주주들로부터 받은 권한을 남용하고, 정보의 비대칭성을 악용한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라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인들 모두에게 유죄를 선고해달라"고 말했다.
특히 검찰 측은 피고인들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에 대해 분식회계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회계처리 과정에서 당시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바의 회사 가치를 4조 5000억원가량 과다 계상하는 반면, 합병 대상인 삼성물산의 주가는 인위적으로 눌렀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만약 이번에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지배주주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위법과 편법을 동원해 자신의 이익이 부합하는 방향으로 합병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계획을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회계 부정·부정거래 등을 저지른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 능력을 인정하기 어렵고, 회계 처리 기준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이에 불복한 검찰의 항소로 항소심이 열리게 됐다.
한편 이날 항소심 선고는 내년 2월 3일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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