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코스닥 상장사 '크레버스(옛 청담러닝)'가 합병 이후 악화된 재무건전성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병 이유였던 수익성이 궤도에 오르지 못한 가운데 합병 과정에서 늘어난 차입금 탓에 치솟은 이자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기간 갚아야 할 자금만 800억원에 근접해 자구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크레버스의 올해 3분기 누적 연결기준 유동비율은 35%다. 전년동기대비 15.4%포인트 하락했다. 통상 건전하다고 평가되는 수준인 200%를 큰 폭으로 밑돌고 있다. 이 기간 유동자산은 21% 줄고, 유동부채는 14% 늘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등 건전성 지표도 악화되고 있다. 올해 3분기 부채비율은 427%, 차입금의존도는 40%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44%포인트, 2%포인트씩 상승했다. 주목할 부분은 단기차입금 규모다. 올해 3분기 단기차입금은 전년 동기(566억원) 대비 35.3% 증가한 766억원으로, 유동자산(435억원)을 크게 웃돈다.
크레버스 측은 건전성 지표 중 부채비율에 대해서 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자사주는 자본항목에서 마이너스 계정으로 잡히면서 부채비율이 높아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언제든 자사주를 매각해 부채비율을 200% 후반 수준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크레버스가 보유한 자사주는 270만2573주다.
크레버스 관계자는 "차입금을 롤오버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상환해 나가려고 노력 중"이라며 "지난해 80억원을 상환했고, 올해 들어 40억원을 갚았다"며 "내년에도 40억원 정도 상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차입금 규모(766억원)와 향후 차입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이른 시일 내 차입금 규모를 큰 폭으로 줄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크레버스의 유동성이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한 건 2023년 3월 자회사 씨엠에스에듀를 흡수합병하고 나서부터다. 앞서 크레버스가 자회사 씨엠에스에듀를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은 510억7824만원어치의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했다.
당시 크레버스는 일부 금액에 대해서는 차입을 늘리는 방법으로 자사주를 매수했다. 이 과정에서 200억원의 차입금이 늘었는데, 그 결과 크레버스의 재무건전성은 악화됐다. 2021년 말 연결 기준 크레버스 유동비율은 103%였지만, 합병 당해인 2022년 들어 55%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123%였던 부채비율은 378%까지 치솟았다. 17%에 머물던 차입금의존도 역시 39%로 2배 넘게 증가했다.
합병 계약서상 주식매수청구권 만료시점 기준 500억원을 초과할 시 이사회 결의를 통해 합병 계획을 철회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합병을 단행한 건 기존 보다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재무구조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크레버스는 April어학원, 청담어학원 등을 핵심 브랜드로 두고 영어 위주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합병 후 'CMS사고력관' 등 기존 오프라인 브랜드를 통합해 크레버스 캠퍼스 론칭했다. 또 시장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버추얼 영어 및 수학 사고 플랫폼 '바운시'와 '노이지'를 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익성은 되레 악화되기에 이르렀다. 합병 전인 2021년 312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257억원으로 하락했고, 2023년 252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하락 기조는 올해 3분기까지도 이어졌다.
올해 3분기 누적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0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3.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3%에서 6%로 낮아졌다. 올해 3분기만 따로 떼놓고 보면 1억6176만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올해 3분기 EBITDA는 29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9.9% 줄었다. 지난해 말(499억원)과 비교해 41.4%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크레버스는 합병 이후 수익성을 개선해 내지 못한 셈이다.
크레버스 측은 해외에서 수익성 개선 돌파구를 찾아내겠다는 포부다. 최근 교육 트렌드가 ESL(영어를 제2의 언어로 쓰는 환경)에서 EFL(영어를 제2의 외국어로 쓰는 환경)으로 변화하는 추세에다 미래 학령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탓에 국내 사업의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크레버스는 코로나로 인해 한시적으로 손을 놓고 있던 베트남 영어 사업 본격화하고 있다.
크레버스 관계자는 "올해가 지나기 전 베트남 점포가 20개 정도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고, 한 점포당 예상 학생 수는 400명"이라며 "국내에서 빠지는 매출을 향후 베트남에서 채우는 스토리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교육 트렌드인 EFL도 차근히 준비해 내년 하반기에는 선보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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