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동국제강그룹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으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 투자해 본업인 철강 경쟁력 제고에 나선다. 본업의 내실을 다지면서 조력자 역할을 하는 물류와 IT사업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다. 동국제강그룹은 소부장 기업들과 관계를 맺으면 철강업의 고정비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동국제강그룹은 지난 2월 기업형 벤처케피탈인 동국인베스트먼트(동국CVC)를 설립했다. 이후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아 신기술사업금융회사로 공식 출범했다. 현재 동국CVC는 '미래성장 소부장 펀드'를 결성해 첫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그로스캐피탈, 바이아웃 투자로 동국제강그룹의 관계사들과 시너지를 낼 예정이다. 이후 2차적인 투자는 IT, 물류 등 철강업의 조력자가 될 기업들에 투자할 방침이다.
동국제강그룹이 CVC를 결성해 1차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분야는 철강 소부장이다. 주력 자회사인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이 철강회사인 만큼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복안이다. 이는 다른 철강사의 CVC와는 다른 선택이다. 포스코그룹의 CVC인 포스코기술투자는 이차전지 밸류체인과 에너지, 식량 등 미래 먹거리에 투자했고 세아그룹의 세아기술투자는 친환경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에 투자했다.
동국제강그룹이 다른 철강사와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은 본업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 경쟁력 제고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동국제강의 올 3분기 매출액은 83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3% 줄었고, 영업이익은 215억원으로 79.6%나 감소했다. 아울러 동국씨엠 역시 매출액(5383억원)과 영업이익(215억원)이 같은 기간 각각 2.9%, 31.1%씩 줄었다.
따라서 철강 소부장을 내재화하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동국CVC를 통해 철강 산업부터 우선적으로 점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철강을 생산하고 판매하기 위해서는 각종 소재들이나 부품들이 필수적이니 만큼 철강 소부장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면 고정비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도 "철강업에서 쓰이는 나무는 특수한 목재고 컬러강판 위에 바르는 필름은 특수한 필름을 써야 하는 등 철강업과 소부장은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며 "기계부품 장비도 철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소부장 투자는 좋은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국제강그룹 관계자는 "자사의 매출 부문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게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이고 그 회사들은 철강사업을 영위 중"이라며 "그룹 전체의 몸집을 키우기 위해서는 제일 큰 기업들에게 살을 붙이고 그 다음 유관사업인 IT, 물류를 키워야 그룹사가 전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부장 펀드로 원가 효율을 높이고 체력을 키운 다음 3단계로 그룹의 신사업을 발굴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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