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부산사업장에서 생산하는 초고압 변압기는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오는 2027년까지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CAPA·캐파)은 이미 꽉 채운 상태다."
부산역에서 차량으로 40분 거리에 있는 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 지난 10일 찾은 이곳은 날선 기계가 내는 굉음 대신 웅웅거리는 저음의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겉으로는 차분하고 조용해 보였지만 밀려드는 주문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내부는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날 이승욱 LS일렉트릭 초고압 변압기 생산 1동 공장장은 공장 생산라인 투어를 앞두고 "초고압 변압기 시장이 노후 교체 수요와 전력을 많이 쓰는 인공지능(AI) 산업 활성화로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이하면서 회사의 수주 실적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LS일렉트릭의 초고압 변압기 수주 실적은 ▲2019년 581억원(해외 비중 26%) ▲2020년 439억원(16%) ▲2021년 1003억원(8%) ▲2022년 1508억원(26%) 등을 기록했다가 지난해 3995억원(47%)으로 급증했다. 나아가 올해는 해외 물량이 더욱 늘어나며 9월까지 수주액이 4246억원(70%)에 달한다. 이에 올해 연간 6341억원의 수주고를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이 공장장은 설명했다.
그는 또한 올해 초고압 변압기 매출을 2031억원으로 예상하며, 대형 프로젝트의 추가 수주를 고려할 때 2028년부터는 매출이 7000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현재 CAPA는 2000억원 수준으로 매출 예상치와 차이가 커 이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부연했다.
LS일렉트릭은 급증하는 초고압 변압기 수요에 비해 부족한 CAPA를 확대할 목적으로 두 가지 방안을 마련했다. 하나는 부산사업장에 초고압 변압기 생산 2동을 신설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내 변압기 제조사인 KOC전기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이다.
먼저 1008억원을 투입해 생산 1동 뒤편 1만3223㎡ 규모의 유휴부지에 수분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진공건조로(VPD) 2기와 조립장, 시험실, 용접장 등 초고압 변압기 전 생산공정을 갖춘 2동을 새로 지을 방침이다. 2동 증설 완료 목표 시기는 내년 9월이다.
더불어 LS일렉트릭은 지난달 592억원을 투자해 KOC전기의 지분 51%를 확보했다. 부산과 울산에 사업장을 둔 KOC전기는 초고압 변압기를 비롯해 몰드·건식·유입식 배전 변압기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종합 변압기 제조사로, 한전에 초고압 변압기를 납품하고 있다.
이렇듯 LS일렉트릭은 부산사업장 증설과 KOC전기 지분 인수에 총 1600억원을 투자, 초고압 변압기 CAPA를 7000억원 규모로 확대를 구상 중이다. 또한 부산사업장 증설을 통해 6000억원 규모의 CAPA를 확보하고, KOC전기에서 추가로 1000억원 규모의 물량을 대응할 계획이다.
LS일렉트릭은 자사의 초고압 변압기 차별화를 위해 새로운 제품 브랜드인 '엑스포머(X-fmr)'도 도입했다. 이 공장장은 "부산사업장에서 고객 가치를 기반으로 차별화한 제품이 엑스포머"라며 "북미 지역에서 통용되는 트랜스포머의 약칭을 활용해 명명했다"고 말했다.
엑스포머는 고객 맞춤형 제품이다. 고효율, 저소음, 부하연계형 냉각시스템 등 6가지 옵션 중에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사양을 선택할 수 있다. 해외 고객의 경우 신규 도입에 대한 니즈도 있지만 기존에 설치된 초고압 변압기 시스템을 교체하는 수요가 많다는 점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이날 둘러본 생산 1동은 밀려드는 주문으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바닥에 적재물이 가득 쌓인 키팅장을 지나 권선을 제작하는 작업장에 들어서니 사람 키 만한 원통 모양의 권선기에 전류가 흐를 수 있도록 순도 99.999% 이상의 순동으로 된 동각 선을 정교하게 감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어 자기장을 생성하기 위해 규소 강판을 치수에 맞게 가공·적층하는 철심 공정과 철심에 권선을 삽입해 조립하는 본체 공정에서는 다수의 직원들이 핵심 부품이 정밀하게 조립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작업장에서는 전박적으로 '웅~'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권심과 철심 조립이 완료된 본체를 진공 건조 설비인 VPD에 넣어 수분을 제거할 때 발생하는 소리"라며 "이 과정을 통해 변압기의 품질을 극대화하고 고장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조를 마친 본체는 컨테이너 크기의 탱크 내부에 설치된다. 이후 다시 한번 진공 과정을 거쳐 내부 습기를 완전히 없앤 뒤 절연유를 주입하고, 탱크 외부에 각종 부품을 부착한다. 마지막으로 고객 요구 사항에 맞춘 다양한 시험을 통과하면 출하된다.
앞선 LS일렉트릭 관계자는 "현재 이곳에서 생산 중인 변압기 제품 대부분은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며 "제품 하나당 무게는 약 300~400톤 정도이기 때문에 시험을 마친 제품은 다시 해체한 뒤 운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한 초고압 변압기 공장 인근에는 HVDC(초고압직류송전) 공장도 위치해 있다. 이곳은 교류(AC)를 직류(DC)로, 직류를 교류로 변환하는 HVDC 핵심 기기인 '사이리스터 밸브' 생산라인을 갖췄다. 부품 입고부터 성능검사, 조립, 시험, 시운전에 이르는 전 과정을 실시간 관리한다.
초고압 변압기 사업장은 2009년, HVDC 공장은 2011년 설립됐다. HVDC 기술은 해저케이블 송전, 대용량 장거리 송전, 주파수가 상이한 교류 계통 간 연계 등 활용 분야가 넓어, 관련 시장은 2020년 730억달러(약 77조원)에서 2030년 1430억달러(152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LS일렉트릭은 송전과 변전, 배전 그리고 수용가에 이르는 전력의 모든 이동 과정에 걸쳐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구축한 국내 유일의 기업"이라며 "최근 세계적인 전력설비 수요 확대는 회사에 큰 호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2~3년 동안은 발전소에서 고객까지 이어지는 송전기기 발주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관련 국내 기업들의 주가가 올랐다"며 "앞으로 배전기기 시장 호황이 이어지면 송변전뿐 아니라 배전 분야까지 아우르는 LS일렉트릭에게 더 많은 기회가 집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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