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페퍼저축은행의 건전성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고금리 및 경기침체 여파로 부실채권이 급격히 늘어났지만 좀처럼 관리가 되지 않으면서다. 위험자산이 확대되면서 연체율 외에도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불안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출채권 매각을 통한 자본 확충에 나섰지만 이것만으로 적정 건전성 확보라는 난관을 넘어서기 어려워 보인다. 부실자산 정리와 함께 향후 그룹 차원의 자금 수혈 여부 등에 눈길이 쏠린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기준 NPL(고정이하여신)비율은 19.15%로 집계됐다. 자산 규모 기준 10대 대형저축은행 중에서는 상상인저축은행(20.43%)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년동기대비 상승 폭은 11.82%포인트로 가장 가팔랐다.
페퍼저축은행의 NPL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2.86%까지 올라서며 불안감을 키웠다. 앞서 올해 1분기 기준 16.83%로 올라간 후 상반기 말까지 상승 추이가 이어졌다.
NPL비율과 함께 연체율도 두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기준 연체율은 13.07%로 1분기 12.40%에서 0.67%포인트 상승했다. 페퍼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6%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말(9.39%)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페퍼저축은행 역시 다른 저축은행들과 마찬가지로 부실채권 매각을 통한 건정성 관리에 힘을 기울여왔다. 올해 상반기 기준 페퍼저축은행의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670억원으로 전년동기(324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문제는 악화된 자본적정성이 이같은 건전성 관리 행보에 악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페퍼저축은행의 BIS비율은 지난해 말 11.03%, 올해 1분기 11.38%, 상반기 11.31%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1%에 근접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법정 기준인 8%를 상회하고 있지만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업계 평균(15.04%)을 감안하면 사실상 위험 수준으로 분류되는 셈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부터 대출채권 매각 규모를 급속히 확대했다. 지난해 전체 대출채권 매각 규모는 6033억원으로 전년대비 3배 가까이 확대됐다. 올해 역시 상반기 동안 2063억원의 대출채권을 매각했다.
대출채권 매각으로 자산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다 보니 부실채권 매각 영향도 미미해질 수밖에 없다. 2022년말 기준 6조2554억원에 육박했던 페퍼저축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4조7189억원으로 1년만에 1조5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3조2724억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의 경우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는 않은 편이지만 건전성 악화가 역시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상반기 기준 페퍼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 규모는 1590억원으로 1분기 2246억원에서 656억원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연체율은 17.32%에서 28.24%로 10%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건전성 관리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부실채권 정리 규모를 확대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금융당국 역시 페퍼저축은행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NPL비율과 연체율이 모두 10%를 초과하는 저축은행을 우선 경영실태평가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런만큼 페퍼그룹의 추가 자금 지원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페퍼그룹은 유상증자를 통해 지난해와 올해 초 각각 200억원, 100억원의 자본확충을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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