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차량 공유 업체(렌터카·카셰어링)의 대응에도 이목이 쏠린다. 관련 시장을 주도하는 선두 업체 대부분이 2030년까지 100% 친환경차 만을 운영한다는 K-EV100에 동참한 상황. SK렌터카 등 일부 업체들은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여지를 드러내고 있어 향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차량 공유 업체 친환경車 전환 애로사항 피력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환경부는 렌트·카셰어링 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K-EV100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전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둔화로 K-EV100 달성이 불투명해지자 참여 업체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K-EV100은 지난 2021년 3월 환경부 주도로 진행된 민관 합동 선언으로 2030년까지 친환경차 100% 전환을 골자로 한다. 당시 선언에는 롯데렌탈, SK렌터카, 쏘카 등 자동차 렌트 및 카셰어링업과 관련된 대표 기업 10여곳이 참가했다.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들이 대거 포함된 만큼 실행 계획도 구체화 됐다. 참가 업체는 1년 안에 6000여대의 내연기관차를 처분한다는 계획과 함께 친환경차를 2025년 23만대, 2028년 63만대, 2030년까지 99만대로 늘려나간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하지만 부족한 충전 인프라, 화재 위험, 배터리 방전 등의 문제로 인해 전기차 수요에 탄력이 붙지 않으면서 궤도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커지자 환경부가 중간 점검차 만남을 주선하게 된 것이다.
참가 업체들은 환경부에 K-EV100 실현이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는 목소리를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K-EV100 달성을 위해 보조금 등 참여 업체에 주어지는 혜택이 확대될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에 환경부도 일정 부분 공감하다는 뜻을 드러내며 업체들에게 친환경차 도입에 힘써 주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 SK렌터카 EV 전환 숙고…쏘카 고수 방침 '온도차'
K-EV100은 강제조항이 아닌 만큼 실천 여부는 어디까지나 참가 업체들의 의지에 달렸다.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이 경영상 이롭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도입을 늦추면 된다.
실제로 일부 업체들은 K-EV100 전략을 손 볼 기미를 보이고 있는데, 국내 렌터카 업계 2위의 SK렌터카가 친환경차 전환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SK렌터카는 현재 보유 중인 20만대의 차량 중에서 전기차(BEV), 하이브리드(HEV), 플러그드인 하이브리드(PHEV) 등 친환경차 비중은 17% 정도다.
SK렌터카 관계자는 "K-EV100에 맞춰 6년 뒤 100% 전기차 만을 운영하게 될지 아니면 시장 수요에 맞춰 전기차 비중을 조절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 렌터카 시장 1위의 롯데렌탈은 기존 방침대로 K-EV100 달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26만대의 차량을 보유 중인 롯데렌타의 친환경차 전환율은 25%로 SK렌터카를 앞서 있다.
카셰어링 분야 1위의 쏘카는 2030년까지 100% 친환경차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기차는 친환경 조성이라는 차량 공유 비즈니스와 궤를 같이하는 만큼 K-EV100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쏘카 관계자는 "전기차는 엔진오일 교체 등 내연기관 보다 차량 유지에 드는 비용이 적어 운용비 절감 측면에서도 이롭다"며 "기존의 K-EV100에 참여했던 기조에 변동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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