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주류가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이동하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변화의 위기를 맞았다. 전기차가 부상하면서 자동차 부품의 트렌드 전환은 수년 전부터 예고돼 왔다. 완성차 업체는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를 확대하며 전체적인 판매 감소를 상쇄하고 있다. 하지만 부품사의 경우 특정 완성차 업체에 매우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터라 외부 변화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다. 이에 딜사이트는 국내 상장 부품사들의 재무 현황과 추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대원강업의 현금창출력 대비 차입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영업활동으로 거둬드리는 현금이 급감했을 뿐 아니라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 비중이 늘어나면서 각종 레버리지(차입투자) 지표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원강업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CAPEX(케펙스·설비투자) 집행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잠재적 리스크다. 대원강업은 친환경차 핵심 부품인 '구동모터코어'의 양산을 앞두고 있는데, 고객사 접근성 강화를 목표로 한 글로벌 투자가 예상된다.
◆ 현금창출력 둔화, 차입 규모 확대…충분치 않은 상환 능력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원강업은 올 상반기 말 별도기준 현금성자산(금융 예치금 등 포함)이 3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억원)보다 17배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차입금 규모는 6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고, 작년 말(374억원)보다도 1.8배 확대됐다.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 역시 곱절로 뛰며 재무안정성을 위협 중이다.
현금창출력을 의미하는 지표들은 대부분 약화됐다. 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드린 현금흐름을 측정하는 EBITDA(조정 상각전 영업이익)는 전년 동기 대비 91% 감소한 24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에서 EBITDA가 차지하는 비율인 EBITDA 마진율은 6%포인트(p) 하락했다. 특히 해당 비율은 1%를 하회했는데, 수익성이 매우 나쁜 것으로 판단된다.
재무 커버리지(차입 상환력) 비율인 순차입금/EBITDA는 0.6배에서 13.6배로 확대됐다. 수익창출력의 13배를 웃도는 부채를 갚아야 하는 대원강업의 상환 부담이 매우 높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레버리지 지표인 차입금의존도의 경우 4.5%p 상승한 9.2%를 기록했고, 부채비율은 13%p 확대된 65.3%였다. 기업이 단기적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유동비율은 0.4%p 떨어진 84.4%였다. 유동비율은 법정기준인 100%를 밑돌 때 재무 수준이 불안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대원강업의 재무건전성 악화가 일시적인 비용 증가에서 기인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완성차 업황과는 무관한 수익성 하락인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회복 여지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어서다.
◆ 구동모터코어 신사업, 고정비 부담…추가 CAPEX, 외부 조달 의존
문제는 대원강업의 추가적인 현금 누수가 예고된 만큼 레버리지 지표 개선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신사업으로 낙점한 구동모터코어 양산이 안정화되려면 시간이 필요한 데다 해외 생산 거점 확보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대원강업의 주력 제품은 차량용 서스펜션 역할을 하는 스프링과 각종 시트 제품이며 전체 매출의 50%를 현대차·기아에서 창출한다. 세부적으로 스프링의 경우 차량 무게에 따라 단가가 결정되는데,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확대에 힘입어 매출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스프링 제품의 판매가는 톤당 497만원으로, 지난해 말(486만원)보다 2.2% 인상됐다.
이 때문에 미래 성장성은 일정 부분 담보된 것으로 보여진다. 대원강업이 국내 현가 스프링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일 뿐더러 전기차 등 친환경차 전환에 따라 외형 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통상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공차 중량이 20% 더 무겁기 때문에 단가 인상이 가능하다.
대원강업은 친환경차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구동모터코어 사업에도 진출했다. 구동모터코어는 구리선이 감긴 고정자에 전류가 흐르면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데, 내연기관차를 제외한 모든 친환경차를 움직이는 구동계 핵심 부품이다. 특히 배터리와 함께 단가가 높다는 특징을 가진다.
대원강업은 올해 6월 관계사 대원정밀공업(지분율 30.06%)이 단행한 99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53.83%로 높였다. 대원강업이 전동화연구소를 통해 모터코어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면, 대원정밀공업이 이를 생산하는 역할을 맡도록 하기 위해서다.
신공장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고정비 상승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대원정밀공업은 아직 시제품을 생산 중이며, 양산에 따른 실적 반영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주요 고객사의 친환경차 생산공장이 해외에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수월한 부품 조달을 위해 현지 생산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예컨대 대원강업 최대 고객사인 현대차그룹은 현재 미국 조지아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 중이며, 체코 공장에서 대부분의 수출용 전기차를 생산한다. 이 외에도 제너럴모터스(GM)과 크라이슬러, 폭스바겐, BMW 등의 고객사를 두고 있다.
대원강업은 미국과 인도, 유럽, 러시아, 멕시코 등 현지 법인 상황에 맞춰 구동모터코어 생산라인을 깔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포스코인터내셔널 등)가 해외 거점에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라는 점은 사안의 중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하지만 대원정밀공업은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약 3000만원 수준에 그친다. 대원강업 역시 유동성이 떨어지는 만큼 외부 조달에 의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원강업 관계자는 "차입금은 신사업과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 충족을 위한 계열사 증자 등으로 발생했다"며 "재무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신사업 투자의 경우 국내 부문에 우선적으로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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