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삼성자산운용의 올해 ETF 신상품 중 주식형 액티브 ETF(상장지수펀드)가 사라졌다. 대신 계열사인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주식형 액티브 ETF 라인업을 빠르게 확충하고 있다. 두 기업이 각자 강점을 지닌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TF는 비교 지수의 성과 추적이 목표인 인덱스 펀드로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소비자의 주식계좌로 거래할 수 있는 펀드 상품이다. 기초가 되는 비교 지수를 90% 이상 추종하면 패시브 ETF, 70%가량 추종하면서 나머지 30% 범위 안에서 운용역이 투자 종목과 비중 등을 조정할 수 있으면 액티브 ETF로 분류한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의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이 올해 출시한 ETF 18종 가운데 주식에 순수하게 투자하는 주식형 액티브 ETF는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나온 액티브 ETF 6종은 전부 채권을 주요 투자자산으로 삼고 있다.
패시브 ETF가 기초지수를 90% 이상 추종해야 하는 반면 액티브 ETF는 70%만 따라도 된다. 이 때문에 변동성이 낮아 기초지수 추종 90% 기준을 맞추기 힘든 채권형 ETF는 액티브 ETF로 나오되 운용방식은 패시브 ETF와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운용역의 재량이 많이 반영되는 액티브 ETF의 특징이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는 쪽은 주식형 액티브 ETF라고 볼 수 있다. 운용역이 주식형 액티브 ETF의 투자 종목 및 비중을 수시로 바꾸면서 수익률을 높이려는 노력을 언제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자산운용이 현재 운용 중인 전체 ETF 상품 197종 가운데 39종이 액티브 ETF다. 이 가운데 주식형 액티브 ETF는 10종 안팎으로 추산됐다. 원래도 전체 ETF 상품에서 주식형 ETF의 비중이 크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도 액티브 ETF의 출시 범위가 기존 채권형에서 주식형으로 확대된 2020년 7월 이후 삼성자산운용은 주식형 액티브 ETF 상품을 꾸준히 출시했다. 하지만 2023년 1월 'KODEX 아시아AI반도체exChina 액티브'를 마지막으로 주식형 액티브 ETF 출시가 끊겼다.
공교롭게도 2023년은 삼성자산운용 계열사인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독립적인 ETF 상품을 처음으로 내놓은 시기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주식형 액티브 펀드 전문 운용사로 앞서 삼성자산운용의 국내 주식형 액티브 ETF 6종을 위탁 운용하기도 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2023년 8월 'KoAct 바이오헬스케어 액티브'를 시작으로 액티브 ETF를 직접 운용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ETF 7종을 선보였는데 이 상품은 전부 주식형 액티브 ETF다.
또한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주식형 액티브 펀드를 전문적으로 운용했던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나올 ETF 역시 주식형 액티브 ETF로 예상된다. 실제로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전체 운용자산 6조6402억원 중 6조6014억원(99.4%)를 주식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삼성자산운용과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ETF 사업을 사실상 이원화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전문성을 갖춘 주식형 액티브 펀드를 전담하고 삼성자산운용은 시장 규모가 큰 패시브 ETF 및 채권형 액티브 펀드에 주력하는 방식이다.
물론 삼성자산운용과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공식적으로는 서로 ETF 브랜드를 독립적으로 운용 중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는 지난 8월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삼성자산운용과 분업 상의를 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자산운용이 2년 가까이 주식형 액티브 ETF를 내놓지 않은 정황을 보면 두 기업의 ETF 사업 분담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국내 ETF 시장에서 주식형 액티브 ETF의 비중이 아직 작은 만큼 삼성자산운용의 시장점유율 경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주식형 액티브 ETF 수는 90여종으로 전체 순자산총액 규모는 3조5000억원대다. 현재 국내 ETF 시장 규모가 순자산총액 기준 153조7000억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주식형 액티브 ETF의 비중은 2.3%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주식형 액티브 ETF 사업을 맡으면서 새로운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실적을 살펴보면 성장 둔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2017년 삼성자산운용에서 분사된 뒤 2021년 별도기준 연간 영업수익 253억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그 뒤에는 2022년 250억원, 2023년 247억원으로 소폭 감소세로 돌아섰다.
다만 주식형 액티브 ETF 사업이 활성화된 올해 상반기에 별도기준 영업수익 131억원을 올렸는데 전년동기대비 6.5% 늘었다. 이런 추세를 보면 하반기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면 올해 영업수익은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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