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임기 만료를 앞둔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의 경영성과 중 아쉬운 부분은 해외법인 실적 부진을 꼽을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4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법인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KB뱅크 부실 문제를 임기 내 털어내지 못했단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행장이 연임에 성공하게 될 경우 KB뱅크 정상화가 주요 경영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상반기 해외법인 5곳의 합산 순손실은 875억원 수준이다. 전년동기와 비교해 순이익 1140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국내 4대 은행 가운데 해외법인에서 적자를 낸 곳은 국민은행이 유일하다. 은행별로 ▲신한은행 2962억원 ▲하나은행 701억원 ▲우리은행 944억원 등의 순이익을 올렸다. 각각 전체 순이익의 14%, 4%, 5.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특히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역대 최대 해외 실적을 내기도 했다.
경쟁사와 달리 국민은행의 해외법인 실적이 악화한 이유는 핵심 자회사 인도네시아 KB뱅크의 대규모 순손실 여파다. 이외에 캄보디아 프라삭은행, 중국의 KB국민은행 유한공사, 미얀마의 KB마이크로파이낸스미얀마 등은 흑자를 이어갔다. KB뱅크는 올해 상반기 151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앞서 2018년 국민은행에 인수돼, 올해 초 사명을 바꾼 KB뱅크는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순손실 규모는 ▲2018년 88억원 ▲2019년 59억원 수준에서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년 434억원 ▲2021년 2725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 행장의 임기가 시작된 2022년의 경우 순손실 8021억원을 기록했다.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 지원을 받으며 지난해의 2612억원으로 손실 규모를 줄였다.
KB뱅크 부실 문제는 이 행장 재임 기간 내내 '아픈 손가락'으로 지목됐다. 이 행장의 임기 첫해인 2022년부터 KB뱅크 충당금 규모가 늘면서 국민은행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2021년 600억원 수준이던 해외 자회사의 대손충당금전입액은 2022년 3820억원으로 증가했다.
유상증자 규모도 증가했다. ▲2020년 2966억원 ▲2021년 3935억원 ▲ 2023년 7090억원을 각각 지원했다. KB뱅크의 정상화를 위해 국민은행이 지속적으로 재무 출혈을 감수해야 했던 셈이다.
KB뱅크 정상화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영업채널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과 부실자산 정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1분기 KB뱅크의 부실자산 2조8700억 루피아(약 2385억원) 규모를 정리했다. 건전성 확보를 위해 자산유동화증권(ABS) 형태로 채권을 매각하거나 유동화했다. 이와 함께 올해 2분기에는 KB뱅크가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3억달러(약 4000억원) 규모 장기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은행이 대기신용장(SBLC) 보증도 제공했다.
강남채 국민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은 2024년 상반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22년 KB뱅크의 부실 자산은 35조IDR(약 3조원)에 달했으나, 올해 상반기 11조IDR(약 9000억원)까지 떨어졌다"며 "충당금을 적립해 부실을 개선하며 순조롭게 정상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2년간 각종 지원을 제공한 국민은행은 내년 KB뱅크 흑자전환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며 "이 행장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KB뱅크 부실을 털어내는 것이 최대 경영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22년 선임된 이 행장의 임기는 올해 연말까지다. KB금융은 이달 중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꾸려 첫 회의를 갖는다. 이 행장의 임기 중 공과에 대한 대추위의 평가에 따라 연임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