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김경배 HMM 대표가 1조3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조기에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Call-Option)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10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서 열린 '프리미어 얼라이언스(Premier Alliance)' 출범을 알리는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상환된 영구채는 조기에 상환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HMM이 미상환한 영구채 물량은 1조3800억원이다. 지난 2019년 10월 '제196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전환사채(CB)'를 발행해 6600억원을 조달했다. 이어 2020년 4월에 '제197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전환사채'를 찍어 7200억원을 끌어왔다. 운영자금 등의 목적으로 발행된 이들 영구채는 한국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
이들 영구채는 만기까지 30년이 걸리는 초장기물인 만큼 다양한 옵션이 따라 붙었다. 먼저 발행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스텝업(금리인상)이 발동한다는 조항이다. 이와 동시에 금리 부담이 커지는 만큼 발행사인 HMM이 영구채를 조기에 상환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이와 별개로 사채권자인 산은과 해진공은 영구채 매입 1년 후부터 이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196회차 전환사채는 다음 달이면 발행일로부터 5년이 되는 만큼 표면이자율이 기존 3.0%에서 6.0%로 오르게 된다. 197회차 전환사채도 내년 4월이면 동일한 조건의 금리가 붙게 된다. HMM의 이자 부담 증대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서 김 대표가 시장의 예측대로 영구채 조기 상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HMM이 콜옵션을 행사하게 되면 채권단인 산은과 해진공은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HMM의 조기 상환에 응하거나 보유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HMM의 주가가 전환가액(5000원)을 웃돌고 있는 만큼 산은과 해진공이 주식 전환을 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HMM의 주당 가격이 1만6000원대인 만큼 시장가 보다 3배 가량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 전환도 채권단 입장에서 달가운 선택지는 아니라는 평가다. 그렇지 않아도 산은과 한진공이 보유한 HMM의 합산 지분이 61.25%로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잔여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채권단 보유 물량이 또 다시 증가해 새주인 찾기에서 원매자 물색이 더욱 어렵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표는 HMM 매각 진행 상황을 묻는 질의에는 "매각은 대주주 차원에서 결정되는 문제"라며 "매각 시점이나 해외 매각 등에 관련해서는 HMM 경영진이 얘기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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