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혁신 기업 발굴과 성장도모 등 증권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성숙 기업에 대한 추가 자금 및 인수합병(M&A) 지원 등 맞춤형 금융 제공에 힘 써 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선 증권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당부도 나왔다.

김병환 위원장은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개최된 '금융위원장-증권업권 간담회'에 참석해 "증권업계가 그간 부동산 PF 등 단기 수익성에 치중한 탓에 혁신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은 미미한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혁신 기업을 발굴 및 성장시키고, 성숙 기업에는 추가 자금 및 인수합병(M&A) 지원 등 맞춤형 금융 제공을 통해 증권사 본연의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 위원장과 금융감독원 부원장, 금융투자협회장을 비롯해 10개 종투사(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교보증권, 유진투자증권, IBK투자증권, JP모간, 맥쿼리증권) 최고경영자가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증권사는 자금 중개자이자 기관투자자의 하나로서 기업의 자금 흐름을 끌어나가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이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서는 증권사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한 만큼, 증권사가 기업의 자금 흐름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 가치를 세심하게 분석·평가해 투자 판단에 활용될 수 있는 정보를 시장에 제공해야한다"면서 "증권사 역시 상장기업으로서 기업가치 제고와 투자자 소통에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기업이 필요자금을 적시에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 증권사의 기업금융 사업 부문인데, 최근 증권사들은 위험 대비 수익성이 높은 특정 IB(투자은행)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해외 IB사업에서 또한 경쟁력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증권업계는 IB사업 현황을 진단하고 사업 재조정해 IB사업의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며 "기업금융 업무를 확대해 기업의 실질적 지원을 하는 한편, IB 사업에서 경쟁력 있는 분야를 발굴하고 사업을 다각화해 시장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이날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간담회 참석자들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단시일 내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 공감했고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외 투자자들로 하여금 한국시장에 대한 의구심을 털어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증권사 CEO들 역시 중소 중견기업들을 비롯해, 비상장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아울러 해외 투자자 유치와 관련해, 증권사 한 CEO는 "한국기업에 상장하고 싶어 하는 해외 기업들이 몇몇 있다"며 "거래소와 협업해 해외 기업 상장을 도우면 해외투자자 유치를 위한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