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삼성SDI의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불어났다. 배터리 수요 둔화에 따라 공장 가동률 조정에 나섰음에도 재고자산과 충당금이 더 많이 쌓인 것이다. 하반기 수요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신규 수주 확보에 집중할 방침인 가운데 쌓이는 재고를 털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SDI는 올 상반기 재고자산 평가손실 충당금으로 1093억원을 설정했다. 지난해 상반기 511억원 수준이던 충당금은 올해 두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충당금 추이를 보면 ▲2020년 말 449억원 ▲2021년 말 636억원 ▲2022년 말 739억원 ▲2023년 말 571억원에서 증가세가 뚜렷하다. 구체적으로 재고자산 중 평가 충당금을 가장 많이 쌓인 것은 반제품 563억원이며, 제품 293억원, 원부재료 237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통상 기업은 쌓아둔 재고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면 평가손실 충당금으로 설정한다. 제품가격이 떨어지거나 오랜 기간 팔리지 못한 재고가 쌓이면 충당금이 늘어나는 구조다. 이는 매출원가에 반영되기에 수익성을 깎아내리는 요인이다. 실제로 삼성SDI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33.7% 감소한 54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삼성SDI의 충당금이 늘어난 것은 완성차의 전기차 판매량 둔화로 덩달아 배터리 수요도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SDI의 재고자산 총액은 지난해 상반기 3조235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3조6381억원으로 12.4% 늘어났다. 구체적으로 재고자산을 보면 제품 부문이 지난해 말 436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7494억원으로 무려 71.9% 증가했다.
더불어 이번 충당금 확대는 완제품과 연동된 리튬 등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역래깅(시차)효과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원재료를 비싸게 사왔으나 제품은 싸게 팔아야 하는 구조가 된 상황으로, 제값을 받고 제품을 팔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러니 삼성SDI의 재고자산 회전율도 지난해 상반기 5.7회에서 올 상반기 4.4회로 둔화했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기업이 재고를 얼마나 잘 운용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떨어지면 재고가 이익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삼성SDI는 재고관리를 위해 공장 가동률 조정에 들어갔다. 중대형 배터리 가동률을 공개하지 않으나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주요 생산기지인 헝가리 공장의 가동률이 1분기 90%에서 2분기 60%대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삼성SDI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동차 전지는 시장 수요 둔화와 그로 인한 매출 감소 및 가동률 하락으로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기록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박종일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도 "전기차 수요 둔화와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제품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그 규모만큼 충당금으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배터리 업체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재료인 리튬값이 떨어지자 충당금 설정액을 늘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삼성SDI는 하반기 고부가가치 배터리인 P6의 신규 수주를 확대하는 한편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및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하반기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JV) 조기 가동에 따라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