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엔씨소프트가 설립 이후 한 차례도 영업흑자를 기록하지 못한 신생 개발사인 빅게임스튜디오에 지분을 투자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에선 엔씨소프트가 빅게임스튜디오가 보유한 애니메이션 게임 개발 능력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과감히 베팅했을 것으로 관측 중이다. 나아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신규 게임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부분도 한몫 거든 것으로 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5일 370억원을 투자해 빅게임스튜디오 지분 16.8%와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신작 '브레이커스: 언락 더 월드'의 서비스 판권을 확보했다. 엔씨소프트의 이번 투자 규모는 빅게임스튜디오 창립(202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앞서 빅게임스튜디오는 2020년과 2021년 펄어비스에서 120억원, 2022년 싱가포르 게임 개발·유통사인 가레나(가레나 벤처스)에서 350억원, 올해 5월 일본 3대 출판사이자 게임사인 카도카와에서 200억원을 투자받았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빅게임스튜디오가 출범 이후 지금까지 흑자를 낸 적이 없다는 점이다.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빅게임스튜디오는 2020년 출범 당시 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021년 60억원 ▲2022년 142억원 ▲2023년 26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렇다 보니 앞서 투자한 기업은 물론, 이번 엔씨소프트의 빅게임스튜디오 투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빅게임스튜디오의 특화된 개발 능력이 이 같은 투자를 이끌어 낸 원동력이 됐던 것으로 분석 중이다. 이 회사는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형태의 서브컬처게임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스튜디오인데, 해당 분야에서 만큼은 국내 주요 게임사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빅게임스튜디오의 최재영 대표 등 개발진은 넷마블의 애니메이션 역할수행게임(RPG) '일곱 개의 대죄: GRAND CROSS(이하 일곱 개의 대죄)'를 개발한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일곱 개의 대죄'는 지난해 기준 넷마블의 전체 매출 2조5020억원 중 1446억원(5.8%·상위 5위)를 차지하는 주요 포트폴리오다.
빅게임스튜디오의 지난해 매출 342억원도 이 회사가 개발한 첫 번째 작품 '블랙클로버 모바일: The Opening of Fate(이하 블랙클로버 모바일)'에서 비롯된 것이다.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일본 애니메이션 '블랙 클로버'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만든 수집형 RPG다. 이 회사에 따르면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현재까지 누적 매출 1000억원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투자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엔씨소프트가 신생 기업에 지분투자를 나서게 된 배경을 분석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뿐만 아니라 국내외 게임사들이 소수지분투자, 인수합병(M&A)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면서 포트폴리오를 갖춘 게임사들의 몸값이 오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익 개선을 위해 퍼블리싱 사업에 힘을 주고 있는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는 적자기업이지만 개발력을 입증한 빅게임스튜디오를 외면하기 어려웠단 것이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시장에서 시프트업의 상장을 계기로 캐주얼, 서브컬처, 애니메이션 등 장르 선호도가 증가했고, 해당 라인업을 갖춘 게임사들의 몸값이 올라가는 추세"라며 "엔씨소프트가 미래 성장 동력 확보하고 수익성을 제고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신생 게임사에 대한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엔씨소프트가 퍼블리싱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말한 점을 비춰봤을 때 경쟁력 있는 신규 개발사에 대한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자사는 게임 포트폴리오 및 글로벌 시장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국내외 기업 투자와 퍼블리싱 판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며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지역, 장르, 플랫폼 확장을 고려한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빅게임스튜디오는 서브컬처 장르 게임에 대한 전문성과 높은 수준의 애니메이션 스타일 RPG 개발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라며 "앞으로 양사는 서로의 개발 역량과 전문성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 혁신적인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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