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올해 상반기 실적 성적표를 받아본 하나증권이 지난해 부진에 대한 아쉬움을 씻었다. 선제적으로 적립한 대손충당금을 바탕으로 준수한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하나증권은 이번 실적 반등을 계기로 본격적인 외형 성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불법 자전거래와 관련한 징계수위가 아직 확정이 되지 않은데다,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가 잔존해 있어 올해 안에 초대형IB 인가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올해 상반기 131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346억원)대비 278%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하나증권을 제외한 자기자본 기준 상위 7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 평균 증가율이 20%대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다.
하나증권은 이번 실적 증대 요인으로 WM부문의 금융상품 판매 증가, 전통 IB 강화, S&T부문은 세일즈 실적 호조 등을 꼽았다. 이밖에 상반기 파생결합증권 1위 자리를 석권하는 등 개선된 트레이딩 수익성 역시 호실적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충당금 및 전입액 규모가 1000억원이 넘었지만 올해 상반기의 경우 480억원으로 줄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충당금을 대거 적립한 영향으로 총 3340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했으나,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한 결과 올해 1분기부터 수익 시현을 하는 모습이다.
하나금융그룹 경영실적 발표자료에 따르면 하나증권의 분기별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지난해 1분기 290억원, 2분기 830억원, 3분기 780억원, 4분기 1240억원으로, 작년에만 244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국내 부동산 프로젝프파이낸싱(PF) 사업과 해외 대체투자 관련한 자산의 건전성이 악화된 탓이다.
반면 올해는 충당금으로 1분기 130억원, 2분기 290억원을 쌓았다. 특히 금융당국이 지난 5월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해 증권사들에게 부동산 PF 익스포저와 관련된 충당금을 대거 쌓으라고 지시했으나, 선제적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충당금 설정을 한 덕분에 오히려 적립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대폭 줄었다. 이 때문에 하나증권은 해외 부동산에서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대손충당금 규모가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영업용순자본비율(구 NCR) 역시 지난해보다 개선됐다. 작년 1분기 1052%였던 하나증권의 NCR은 올해 1분기 1315%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 규모가 비슷한 메리츠증권(1929%→1391%)과 신한투자증권(1255%→847%)의 NCR이 대폭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나증권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다만 지난해부터 하나증권이 적극적으로 추진중인 초대형IB 인가는 올해 안으로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일부 기관 및 기업의 수익률을 보장하기 위해 채권형 랩 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와 특정금전신탁 상품 운용 과정에서 돌려막기(불법 자전거래)를 한 정황에 대한 징계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금융감독원은 해당 불법 자전거래를 행한 하나증권과 KB증권에 대해 일부 영업정지 3개월 징계를 확정했다. 해당 징계의 수위는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와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확정된다. 하지만 아직 증선위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이번 징계절차가 확정되고 난 후에야 하나증권이 초대형 IB인가 신청 시기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IB 사업 관련 투자자산의 손실, 특히 해외 대체투자 건전성 저하에 따른 불안정성도 초대형IB 인가 신청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나이스신용평가는 하나증권의 이익창출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하나증권의 장기신용등급 등급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코로나19나 전쟁과 같은 큰 변수가 있지 않는 이상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 상황이 지속될 것 같다"며 "초대형IB 인가는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긴 하나, 특정 시점을 목표로 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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