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SKC가 사업별 리밸런싱에 나섰다. 동박 투자사(SK넥실리스)의 증설과 신규 생산시설 가동은 보류하고, 반도체 소재 투자는 확대할 방침이다. 전 부문의 성장동력 투자를 병행하던 이전과 달리,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는 모습이다. 이제 SKC의 무게중심은 동박 등 배터리 소재가 아닌 반도체 소재에 있다.
SKC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유지한 경영지원부문장은 1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동박 사업에선 새로운 증설을 검토하기보단 보유한 생산거점을 최적화하는 데 힘쓸 것"이라면서 "국내와 말레이시아, 폴란드 생산기지를 통해 충분한 공급능력을 확보했지만 수요 급감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유 부문장은 "폴란드 1공장은 공사가 90% 정도 진척됐고, 올해 3분기 고객사 인증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전하는 한편, "2공장 준공은 당초 내년 정도로 예상했으나, 유럽 수요의 회복이 더딘 데 따라 완공 및 가동 시점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북미 신증설을 검토할 타이밍도 아니다"며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책적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미 시장의 현 수요는 기존 생산능력으로 대응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SKC는 올해 동박 판매량 목표도 보수적으로 재설정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들의 전기차 생산량 감축 계획에 따라 배터리사들도 생산량 조정에 나서면서, SK넥실리스 동박 수요는 연초 대비 약 30%(10만톤) 줄었다. 신규 고객과의 계약을 통한 실적 개선이 전망되는 올 4분기조차 1만톤 남짓한 판매량이 예측되고 있는 등 암울한 상황이다. 유 부문장은 "말레이 공장 인증과 공급계약 체결이 지연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 판매량 목표 하향은 불가피하다"며 "4분기로 예상한 동박 사업의 흑자전환도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SKC는 SK넥실리스에 대한 투자를 보류하는 대신 자금 지원을 늘릴 방침이다. SK넥실리스의 보유 현금은 지난해 말 기준 1587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이익체력이 바닥난 와중 폴란드 증설과 말레이시아 신공장 상업가동을 수행하면서, 현금 소진 속도는 올해 들어 더욱 빨라졌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회사는 올 2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낸 데다, 영업적자 규모가 지난해 3분기부터 수백억 수준으로 커진 상황이다.
SKC는 반도체 소재 사업 리밸런싱에도 속도를 낸다. SK엔펄스 경우 파인세라믹 사업과 중국 반도체 세정 및 웨트케미컬(Wet Chemical) 사업에 이어, 비주력 사업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자산유동화를 진행 중이다. 다만 유 부문장은 "SK엔펄스와 ISC(반도체 테스트 소켓)의 합병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다시 한 번 밝히면서, "아이템별 성장성을 감안해 회사 단위가 아닌 사업별 리밸런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소재 중에서도 유리기판 사업(앱솔릭스)은 확장하는 쪽으로 검토되고 있다. 유 부문장은 "미국 조지아주 공장을 연초 준공했고 현재 샘플 제조를 위한 시생산을 준비 중"이라며 "오는 2025년 상업생산 목표를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전한 데 이어, "제품에 대한 시장의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고 있고 기대 이상의 수요가 예측되는 만큼 증설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2공장의 규모와 위치 등 세부 사항은 조지아 공장을 통해 제품가와 수율, 고객사의 구매주문(PO) 등 데이터를 확보한 이후에나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시점적으론 내년부터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SKC는 내다봤다. 유 부문장은 "증설에 꽤 많은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금 조달 방안으로는 증자를 1차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동시에 거래선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방안, 추가적인 정부 보조금 등 외부 조달 방안도 다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SK그룹이 리밸런싱 과정에서 인공지능(AI) 시장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그룹 차원의 협력과 지원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학 사업과 관련해선 추가 매각, 구조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유 부문장은 "화학은 SK의 모태사업인 만큼 그룹 차원에서 최적화된 밸류체인을 고민하고 있다"며 "생존과 성장이라는 2개 원칙 하에 가장 효율적인 밸류체인 조정을 이루는 게 큰 방향"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런 맥락에서 당사 역시 화학 사업에 대한 다양한 옵션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생분해 소재 사업(SK리비오) 계획에는 변동 없다. 지난 5월 베트남에 연산 7만톤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PBAT(Poly Butylene Adipate-co-Terephthalate) 공장을 착공한 데 이어, 다수 소비재 고객과의 제품 개발을 통한 상업화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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