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SK그룹의 실리콘 음극재 성장통이 길어지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호황이었던 시절 실리콘 음극재를 '게임체인저'로 주목해 투자했지만, 양산을 앞둔 현재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전방산업이 침체되면서 투자액 회수는커녕 개화조차 지연되고 있다.
SK㈜는 SK머티리얼즈그룹14(SKMG14)과 SKC 등 자회사를 대동해 주로 해외 업체들의 사업권을 획득, 면허 생산하는 식으로 실리콘 음극재 사업을 추진해 왔다. SKMG14는 2021년 SK머티리얼즈가 미국 그룹14테크놀로지와 손 잡고 국내에 세운 합작사로, SK머티리얼즈가 SK㈜에 흡수되며 SK㈜의 자회사(지분율 75%)로 편입됐다. SKC의 경우 2022년 영국 넥세온 지분 51%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르며 사업권을 취득, 라이센서인 얼티머스를 지난해 설립했다.
SKMG14와 SKC는 현재 시제품 생산 단계까진 왔다. 하지만 당초 목표와 달리 상업 생산이 늦어지며 실적 개선도 멀어지고 있다. SKMG14는 올해 1분기, SKC는 지난해 넥세온 군산 공장의 양산을 추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엔 신기술 접목의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전방산업의 침체 영향이 컸다.
문제는 전기차 캐즘 등 전방산업의 업황 둔화로 당분간은 이렇다 할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SKMG14 경우 그룹14의 샘플이 고객사 품질검증시험(퀄리티 테스트)을 통과하는 즉시 공급이 확정됨에 따라 올해 안에 양산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C는 올 1분기 실적 발표 때만 해도 실리콘 음극재와 관련해 중국과 유럽의 주요 배터리사 6곳과 제품 인증 평가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확인 결과 논의 중인 고객사가 3~4곳으로 줄었다. 아울러 인증 평가 결과에 대한 고객사와의 논의가 남은 상황이라 양산 시점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실리콘 음극재의 중요성이나 수요는 크지만, SK 실리콘 음극재 업체들이 그룹사(SK온) 외로 판로를 확장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SK 실리콘 음극재 기업들의 재무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특히 SKMG14는 운영 자금을 자체 충당할 수 없을 정도로 유동성이 부족해 지난달 SK㈜로부터 160억원을 차입했다. 이 회사의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2470억원인데, 76.8%에 해당하는 1896억원이 부채다. 이에 2021년 말 5.7%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이 작년 말 330.3%로 급등했다. 아울러 현금 동원력을 의미하는 유동비율은 같은 기간 1841.3%에서 41.2%로 급락했다.
이에 대해 SKMG14 관계자는 "부채 대부분이 시설 투자비"라며 "처음 하는 사업이면 어쩔 수 없이 자금을 조달해 설비를 구축하고, 양산이 본격화되면 부채를 갚는 방식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때 엔지니어들의 입국이 지연된 탓도 있다"며 "시운전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고, 멀지 않은 시기에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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