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은지야 어떡해, 진짜 큰일 난 것 같아."
지난 7월 초 친구가 늦은 시간에 전화를 걸어왔다. 반가운 마음에 받은 전화기 너머의 첫 마디는 심상치 않았다. 친구는 둘째 아이를 임신했다는 소식과 함께 남편이 티몬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회사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내용이었다.
친구는 "육아휴직 중에 첫째는 이제 돌을 겨우 넘겨 남편의 외벌이에 기대고 있다"며 "그런데 당장 다음 달에 월급이 나오는지 알 수 없고 퇴직금도 무한 대기만 하라고 하니 너무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답답한 마음에 기자일을 하는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친구의 한숨은 깊었다.
별일 아닐 거라고 위로했던 그 일은 별일이었다.
이른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는 지난 8일부터 큐텐 산하 이커머스 계열사들에 '정산지연' 사태가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는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아직 정산받지 못했거나 정산 이슈를 우려하는 상당수 판매자들이 플랫폼에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또한 이미 판매한 상품도 거둬들이고 있어 소비자들의 피해도 더욱 커지고 있다는 형국이다.
이렇다 보니 지난 26일 일부 소비자들과 셀러들은 강남구 삼성동 위메프 사옥과 신사동 티몬 사옥으로 뛰쳐들어갔다. 관계자의 멱살을 잡고 몸싸움을 하고 환불을 받으러 간 피해자들이 직원들을 사옥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감금을 하는 등 주말 내내 떠들썩한 상황은 지속됐다.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29일 구영배 큐텐 대표는 환불 지연 사태에 책임 다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마저도 불과 몇 시간만에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정산 및 환불이 언제 이뤄질지 모른다.
셀러들과 소비자들, 국민들은 티메프와 함께 임직원들에게도 손가락질을 하고 있으나 그들이라고 이런 사태를 예견했을까. 티몬과 위메프 직원들이 문제회사 소속이지만 이들도 결국 피해자가 된 셈이다. 한순간에 실직으로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이 와중에도 티메프 직원들은 주말 동안 2000여 명의 사람들을 응대하며 환불에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당장 이들의 급여와 퇴직금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는 유보금으로 묶어 뒀던 돈으로 급여를 지급할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반나절 만에 회생신청을 한 상황에서 임직원들이 직접 받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다. 아울러 위메프는 현재 퇴직자를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퇴직금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얘기가 없다. 티몬은 별도의 공지조차 없는 점을 고려했을 때 직원들의 처우에 대해서도 주목을 해야한다. 당장 다음 달 생활비를 고민해야 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구 대표는 30일 국회 정무위 긴급 현안 질의에 참석해 정산 이야기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고객과 파트너사, 국민에게 사죄를 했다. 그러나 본인과 함께 티몬에 애정을 가지며 회사를 키워온 임직원들에 대한 사과는 역시 빠졌다. 구 대표는 향후 임직원들에 대해서도 대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티메프에는 피땀을 흘리며 열정을 태운 직원들이 있다. 그동안 회사에 애정을 가지며 근무해 온 이들에게 구 대표는 사과하고 울음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날 구 대표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큐텐의 주식 38% 모두를 처분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미정산대금의 규모도 가늠할 수 없고 회생 신청까지 한 회사의 지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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