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대관식을 치른 지 오는 10월이면 4주년이 된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 리더십 체제에서 판매대수 기준 '글로벌 톱3'에 오르며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정 회장은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한 품질 개선'을 강조하며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외형 성장 뿐만 아니라 정 회장 체제의 경영권 승계 퍼즐을 맞추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도 현대차그룹이 풀어야 할 숙제다. 딜사이트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현황과 추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중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 받는 것은 현대모비스 분할 없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지분 및 자산을 활용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도 유력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거론되지만 해당 방식은 기업의 시장가치 변동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최근 현대모비스의 수소사업을 현대차에게 이관하면서 현대글로비스와의 수소사업 통합이라는 합병 명분도 사라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 현대모비스 수소사업, 현대차로 이관…분할·합병 가능성 낮아져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월 현대모비스와 수소연료전지사업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후 현대모비스의 국내 수소연료전지사업 일체를 인수했다.
현대차는 이번 수소연료전지사업 인수 결정에 대해 "R&D(현대차)와 생산(현대모비스)으로 이원화되어 있던 기존 구조를 연구 개발과 생산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통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소사업 이관을 2018년 추진하다 실패했던 지배구조 개편과 연결 짓는 시선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현대모비스를 분할하고 분할된 법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향으로 개편 카드를 꺼낸 바 있다. 당시 의결권 자문기관들은 분할 비율 및 개편안의 목적, 효과, 근거 등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이며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분할·합병 시나리오를 재개하려면 사업적 가치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 때 수소사업이 좋은 명분이 될 수 있다. 그동안 현대모비스는 수소차 핵심 부품 제조를 담당하며 현대글로비스는 수소 물류체계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현대모비스에서 수소사업이 제외되면서 양사 합병의 가능성도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수소 사업 이관은 지배구조 개편 방법론이 2018년과 다를 것임을 의미한다"며 "수소사업 통합이라는 좋은 합병 명분이 사라진 만큼 현대모비스 분할을 고려하지 않는 지배구조 개편 방법론에 무게를 싣는다"고 말했다.
◆ 현대차 등 대주주 보유지분으로 지배력 강화
시장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자체적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대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기준 주가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시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20% 추가 확보하려면 4조7000억원 규모의 현금이 필요하다.
이때 고려해볼 수 있는 방안이 정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 지분(2.65%)을 현대모비스에 현물출자하고 신주를 배정받는 것이다. 이는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 확대 효과 뿐만 아니라 현대모비스의 현대차 지배력도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차 지분을 모두 현대모비스에 현물출자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최대 1조6208억원(보유 주식수*6월26일 주가) 규모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의 시가총액이 23조4813억원임을 감안하면 약 6.6%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차 지분(5.44%)도 모두 현물출자 할 경우 정의선 회장, 정몽구 명예회장은 최대 20.1%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을 보유하게 될 전망이다.
현대차 지분을 모두 현물출자하지 않더라도 정 회장이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지분(20.0%)과 정 명예회장이 보유 중인 현대제철 지분(11.81%)를 기아차 보유 현대모비스 지분과 스왑(교환)하는 방법도 있다. 기아는 현대모비스의 지분 17.6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완성차 중심 이익체력 및 주주환원 정책 강화 기조 지속되고 있는 점을 볼 때 무리한 지배구조 개편 보다는 점진적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에 대한 분할 없이 대주주가 자체적으로 보유 지분 및 자산을 활용해 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현재 대주주가 보유한 그룹계열사 지분을 고려할 때 이를 활용한 지배력 강화 여력은 충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법적 기한 없는 상황에서 대주주 보유지분을 활용해 중장기적으로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를 위한 재원 마련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스턴다이나믹스와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을 통해 약 9000억원 가량의 추가 현금 마련이 가능하고, 계열사 실적 개선에 따른 배당금도 상향돼 정공법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 및 지배력 강화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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