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대관식을 치른 지 오는 10월이면 4주년이 된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 리더십 체제에서 판매대수 기준 '글로벌 톱3'에 오르며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정 회장은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한 품질 개선'을 강조하며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외형 성장 뿐만 아니라 정 회장 체제의 경영권 승계 퍼즐을 맞추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도 현대차그룹이 풀어야 할 숙제다. 딜사이트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현황과 추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낼 방책으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시나리오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8년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는 양사 간 합병은 정의선 회장이 지배구조의 핵심이 되는 현대모비스 지배력을 수월하게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한 카드로 통한다.
◆ 가격 부담 덜한 모비스, 순환출자 고리 해소 공략점
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특징 중 하나는 오너 일가(정몽구‧정의선)가 낮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3대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8.1%), 기아(1.8%), 현대모비스(7.6%)에 대한 이들 부자(父子)의 지분율은 모두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룹 전체 시가총액이 150조원에 육박하는 기업집단의 대주주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순환출자 구조 덕분이다. 현대차그룹은 중심축인 ▲현대차→ 기아→ 모비스→ 현대차를 비롯해 ▲현대차→ 기아→ 현대제철→ 모비스→ 현대차 ▲현대차→ 현대제철→ 모비스→ 현대차 ▲현대차→ 현대글로비스→ 모비스→ 현대차까지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순환출자 구조는 오래 기간 현대차그룹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해 왔다. 현대차를 주축으로 70여개 계열사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 글로벌 빅3 완성차그룹에 걸맞지 않는 불투명한 지배구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국내 10대 대기업 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고수하고 있는 탓에 순환출자 구조 해소 압박을 키웠다.
현대차그룹은 아직 미완에 그친 승계 작업과 맞물려 지배구조를 손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시대적 요구인 거버넌스 투명성을 개선하는 것과 동시에 오너가 지배력을 키우는 일타이피(一打二皮)의 효과를 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에 대한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지분율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들 3개 계열사 중에서도 현대모비스를 공략하는 것이 합당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현대모비스의 시가총액이 22조원 수준으로 현대차(60조원)와 기아(51조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오너가에게 상당한 금전적 부담을 안길 것이라는 평가다.
◆ 합병 후 공개매수…정의선 최다 지분, 글로비스 활용법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추가로 10%의 지분을 확보해 기아(17.5%)를 제치고 현대모비스 최대주주로 올라선다고 단순 가정할 경우 2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현대모비스 분할을 통한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 시나리오가 회자되고 있는 이유다. 계열사 중에서 정의선 회장의 지분율(20%)이 가장 큰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해 지배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지난 2018년 제기된 합병설을 바탕으로 최근 증권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설을 보면 먼저, 수익가치에 맞춰 투자‧부품 부문(25%)과 애프터서비스(AS)‧모듈 부문(75%)을 인적분할한다. 이 가운데 투자‧부품 부문을 존속 모비스로 남겨두고, 신설 모비스인 AS‧모듈 부문을 글로비스와 통합한다.
시총 비중을 반영하면 합병 글로비스의 오너가 지분이 11.3%에 달하게 될 것이란 계산이다. 이후 존속 모비스가 합병 글로비스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해 과반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3대 계열사(현대차‧기아‧모비스) 중 가장 몸값이 저렴한 현대모비스가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게 되는 셈이다.
안효섭 한국ESG연구소 본부장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간 합병은 한 차례 철회된 적이 있는 만큼 재시도에 나설지 여부는 미지수"라면서도 "그럼에도 두 회사 간 합병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양사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거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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