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최근 몇 년 새 정부가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확대하고 나섰지만 그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정부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옥석가리기'에 본격 나서면서 주택 공급의 감소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불가피하다는 예상까지 나온다.
박과영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연구위원은 28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 루나미엘레 그랜드볼룸에서 딜사이트가 주최한 '2024년 건설부동산포럼-공급절벽 위기,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서 '정해진 미래를 극복하는 주거정책'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원활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 부문의 역할이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특히 주택 공급방식을 '양적 목표'에서 '질적 목표'로의 전환도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인가구‧노령인구 증가 등 미래 인구 변화에 대비해 다양한 유형의 주거공간이 공급돼야 한다는 것이다.
◆ 지난해 주택 인허가, 10년 내 최저 수준…"정해진 미래"
박 연구위원은 "최근 주택 공급이 침체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차원의 주택 공급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주거 사다리와 인구‧가구 변화 등을 고려하며 질적 차원의 주택 공급을 추진해야 하는 한편 기존 주택 공급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전국에서 인허가를 받은 주택은 42만9000가구로, 최근 10년 평균(56만6000가구) 대비 24.2% 감소했다. 수도권 주택의 인허가는 20만4000가구로 10년 평균(28만가구)보다 27.4% 감소했다. 서울 주택 인허가는 3만9000호로 10년 평균(7만1000호) 대비 45.2% 감소하면서 여전히 많은 사업장들이 브릿지 단계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착공한 주택 물량도 최근 10년 평균 대비 크게 줄었다. 낮은 분양률 탓에 착공이 지연된 것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착공한 주택은 24만2000가구로 최근 10년 평균에 비해 절반 가량으로 떨어졌다. 수도권의 착공 주택은 12만1000가구, 서울은 2만8000가구로 최근 10년 평균치의 절반 넘게 줄었다.
박 연구위원은 "미착공 물량은 악순환을 낳으면서 분양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분양한 주택은 전국 19만2000가구로 최근 10년 평균(34만1000가구) 대비 43.6% 줄었다. 다만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는 그나마 분양률이 보장됐다. 서울은 2만1000가구로 최근 10년 평균(3만가구) 대비 21.5% 줄고, 수도권은 17만2000가구로 최근 10년 평균(17만2000가구) 대비 33.8% 줄었다.
박 연구위원은 "2020년 착공한 주택물량이 증가하면서 일시적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준공 물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2022년 이후에 착공한 주택 물량이 급격하게 감소함에 따라 2025년부터는 준공한 주택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주택의 공사 지연 및 중단이 이어지면서 준공 물량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예상한 올해 공동주택 입주예정물량은 36만4000가구였지만 실제 준공을 마친 물량은 34만9000가구 수준이다. 추가 지연 시 물량이 이보다 더 줄어 24만9000가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게 박 연구원 지적이다. 게다가 2021년 이후 재건축 대상인 아파트 멸실 물량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라 공급 확보가 당분간 쉽지 않다. 실제로 2021년 14만6000가구였던 아파트 멸실은 2022년 9만6000가구로 34.3% 감소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러한 현상이 '정해진 미래'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국의 입주 가능한 주택 물량이 착공·인허가 물량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특히 주택 공급의 급감은 청년과 노년층 등의 주거사다리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정부 주택공급 정책 '제한적'…공공 및 민간 역할분담 중요
정부가 2022년 이후 주택 공급 촉진을 위해 공급 규제 완화 정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를 확대하고 250만가구 공급 로드맵 구상에 나섰다. 또 PF 대출 보증지원을 확대하고 비수도권 개발부담금을 완화하는 등 다양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박 연구위원은 "정부가 주택 공급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원자재‧인건비‧금리 인상으로 공사비가 인상하는 한편 분양수요는 위축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합리적인 분양가 형성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정부의 정책으로는 원활한 주택 공급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적절한 분양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공공 및 민간의 역할분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공의 역할은 ▲자연 환경에 적합한 용적률 상향 ▲합리적 공공기여 산정 ▲적극적 규제완화 및 신속한 인허가 등을 제시했다. 우선 교통, 인구 수준 등에 맞춘 용적률을 조정해 사업성을 개선하고, 지역 내 부족한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을 공공 기여 시 가중치를 확대 적용하는 것이다. 또 각종 인허가 과정을 통합해 신속한 착공을 유도할 것을 제안했다.
민간부분의 역할은 ▲PF파트너 간 고통 분담 ▲에쿼트 금융 도입 ▲보수적 사업평가 ▲주거공간 공급 예측 개선 등을 꼽았다. 그는 "다양한 사업주체들이 에코티를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전문기관을 통해 사업을 냉정하고 보수적으로 평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주택공급 감소'라는 정해진 미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차원의 주거정책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최근 변화하는 인구‧사회구조를 충분히 고려한 뒤 이를 반영한 주택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택 공급 정책 기조를 '양적 목표'에서 '질적 차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역‧사업 유형 별로 물량을 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현재 주택 공급 방식을 개선한, 수요에 따른 질적 차원의 주택공급의 방식이다.
그가 말하는 '질적 목표'는 가구 수‧연령‧소득 별 맞춤형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지역별로 지자체 단위에서 주택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1인‧2인 가구가 증가하고 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이를 고려한 '도심형 주거' 주택이 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는 "1인 가구가 많고 학령인구가 적은 특정 지역에는 어린이 활용공간을 대체한 주대복리시설을 공급할 수 있다"며 "노령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노인복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노인을 위한 주택 정책을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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