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집값 급등 탓에 내 집 마련 문턱이 높아지고 서민 주거안정에 위협이 가해지면서 건물분양(토지임대부분양)주택이 공공주택 공급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해법으로 제시됐다. 주택 분양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토지를 공공임대 형식으로 제공하면 주택가격 부담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손오성 SH(서울주택도시공사)도시연구원 원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 루나미엘레 그랜드볼룸에서 딜사이트가 주최한 '2024년 건설부동산포럼-공급절벽 위기,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며 "SH에서는 토지 임대부 주택, 다른 말로 건물 분양 주택이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건물분양, 분양가상한제 가격 책정…40년 임대에 40년 추가
건물분양(토지임대부)주택이란 토지에 대한 소유권은 사업 시행자에게 있고, 건물 및 복리시설에 대한 소유권은 수분양자가 갖는 주택을 말한다. 말 그대로 건물만 분양하고 토지는 임대 형식으로 사용하는 주택이다.
건물의 분양가격은 분양가 상한제 가격으로 책정하고 토지의 임대기간은 기본 40년 임대에 40년을 추가할 수 있다. 수분양자가 해당 주택 판매를 원한다면 현행 제도에서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우선 매입을 신청해서 매각할 수 있다.
최근 10년간 SH(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분양한 ▲오금2 ▲세곡2-8 ▲내곡1 ▲마곡1 지구에 대한 분양원가를 분석한 결과, 분양원가에서 토지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가량으로 나타났다.
건물분양주택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게 되면 분양원가의 절반에 이르는 토지 가격이 분양원가에서 제외되는 만큼 수분양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손 원장은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부담 가능한 수준에서 자가주택 소유가 가능해진다면 자산은 부족하지만 일정한 소득이 뒷받침되는 청년이나 신혼부부들에게 매우 유리한 제도"라며 "건물분양주택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국부동산원의 공동주택 실거래 가격지수,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 등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2021년 11월 정점을 찍었다. 이후 아파트가격이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2022년 12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12억6000만원, 중위가격은 11억원으로 집계됐다.
4인가구의 중위소득이 1달에 약 49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258개월치 월급을 꼬박 모아야 평균가격 앞파트 1채를 겨우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손 원장은 "아파트 실거래가가 최고점을 찍고 지금 하락 추세에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부담하기에 버거운 것이 현실"이라며 "주택 가격에서 토지가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하기 때문에 공공의 토지보유를 통해 주택을 공급하게 되면 일반 주택분양보다 훨씬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고 전했다.
◆ 과거 실패사례 반면교사…수요자 니즈 충족 위한 제도개선 필요
건물분양주택이 주거비 경감을 통한 주거안정 도모에 효과적 방안으로 제시됐지만, 실제로 과거 국내에 건물분양주택이 도입됐을 때는 시장 안정에 기여하지 못하고 시장 안착에 실패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군포 부곡지구에서 건물분양주택 시범 사업을 실시했었고, 2009년도에는 LH가 서초 5단지와 강남 자곡지구에 건물분양부주택을 공급했었다.
군포 부곡지구 시범사업은 0.1대 1에 불과한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하며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대규모 미분양 물량이 발생한 탓에 일반공급으로 전환해야 했다. 이후 서초와 강남에서 추진된 건물분양주택 공급사업은 각각 6.9대 1, 3.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미분양은 피했지만 최초 수분양자의 시세차익에 따른 로또분양 등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이후 추가사업 시행이 중단돼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는 못했다.
손 원장은 과거 추진된 건물분양주택 공급사업의 실패 원인으로 ▲입지의 한계 ▲모델의 생소함 등을 지적했다. 군포 부곡지구의 경우 입지를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해 수요자의 무관심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주택가치를 토지와 함께 묶어서 인식하는 세태 역시 건물분양주택 실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주택가치가 토지와 함께 있을 때 형성된다는 기존 인식이 토지 소유권 미확보에 대한 불안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최근 집값 급등이 지속되면서 적정 가격의 주택 공급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실패에도 SH는 건물분양주택을 다시 도입했다. 2022년 고덕강일과 마곡지구에 사전예약을 통해 760가구를 공급했다. 고덕강일 3단지는 특별공급경쟁률 33.2대 1, 일반공급경쟁률 67대 1을 기록했다. 마곡10-2단지 경쟁률은 특별공급 53대 1, 일반공급 133대 1로 집계돼 순항하고 있다.
손 원장은 "토지에 대한 소유보다 주거 안정에 집중하는 청년, 미래 세대에게 매우 희망적인 주택 정책임을 반증하는 결과"라며 "SH가 보유하고 있는 토지와 노후 임대 아파트의 재건축 그리고 기타 개발 사업을 통해서 건물분양주택에 대한 공급을 확대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건물분양주택의 시장 안착을 위해 수요자 니즈 충족을 위한 다양한 제도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손 원장은 "현행 제도에서는 건물분양주택의 시세 차익을 인정하지 않는데, 그 시세 차익을 어떻게 인정해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 외에도 토지 임대에 대한 임대 기간을 늘릴 수 있는 방안, 합리적 토지 임대료 및 건물 분양가 산정 등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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