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휴선 기자] 케이씨씨(KCC)가 13년 전 투자한 폴리실리콘 테크놀로지 컴퍼니(PTC)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말 파산신청을 했으나 3개월 만에 기각 판결을 받으면서다. 이로써 2000억원의 우발부채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투자비용 회수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KCC 입장에선 최근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운전자본부담이 있는데다 2019년 모멘티브 인수로 재무부담이 악화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악재가 생긴 셈이다.
KCC는 지난 8일 사우디 담맘 지역에 위치한 상사법원(Commercial Court)으로부터 PTC에 대한 파산신청 기각 판결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12월 22일 PTC가 설립목적 이행 불가 등에 따른 청산절차 개시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KCC는 2010년 사우디아라비아 신재생업체인 MEC(Mutajadedah Energy Company)와 손잡고 50대 50으로 주베일 제2산업단지 내 PTC를 설립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사우디 현지에서 폴리실리콘 생산 및 판매를 하기 위해서다. 양사는 1억달러(1143억원)씩 총 2억달러를 투자했다.
PTC는 예정 완공일보다 2년 늦어진 2015년 준공해 3000톤(t) 실험 생산에 들어갔지만 그 사이 시장상황이 악화됐다. 2015년 폴리실리콘 제품에 대한 글로벌 공급과잉 현상이 빚어지면서 시장 가격이 급락했고,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2016년 1030만달러(123억원)을 추가 출자하면서 사업을 살려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상업생산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채 2018년부터 사업 청산에 대해 투자자 및 합작사와 의견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4년 만인 2022년 12월 사우디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지만 지난 8일 기각 판결을 받았다.
KCC 앞에 놓인 선택지는 여러 가지다. 기각 판결에 대해 항소를 하거나, 채무상환을 하는 방법 등이다. 파산신청 기각 사유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만약 사우디 법원측에서 서류미비를 이유로 꼽을 경우 부족한 서류를 보완해서 재심을 요청할 수 있다.
항소나 재심을 신청하지 않는 경우 보증 및 담보총액 2085억원 전액을 상환해야 한다. 파산신청이 당연히 받아들여질 것이라 생각했던 KCC는 장부 외에 있던 해당 금액을 전액 금융보증부채로 계상했다. 이는 추후에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에서 빠져나가게 된다.
다행히도 KCC는 이를 상환할 수 있는 충분한 유동성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 4672억원 등을 포함한 유동자산은 4조4044억원 규모다. 비유동자산은 9조2847억원이다. 수익성도 개선됐다. 지난해 KCC의 매출액은 6조7749억원이며, 영업이익은 4676억원이다. 당기순이익도 285억원을 내며 흑자로 전환했다.
다만 채무상환을 할 경우 KCC의 재무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KCC는 2019년 실리콘 업체인 모멘티브를 6358억원에 인수하면서 재무부담이 상당 부분 높아진 상태다. 지난해 9월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50%, 순차입금비율은 75.6%다. 만약 2085억원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한다면 KCC의 순차입금비율은 80%대로 높아지게 된다.
KCC 관계자는 "파산신청 기각 사유를 듣기 위해 사우디 법원 측에 자료 요청을 해놓은 상태"라며 "사우디와 우리나라 시차가 6시간 정도 나고 중동은 금요일과 토요일이 휴무이기 때문에 다음 주 쯤 자료를 받아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항소 여부도 기각 사유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모든 것은 사유가 확인되고 난 이후의 절차라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는 만큼 PTC를 완전히 청산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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