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양해 기자] DGB금융그룹 계열 벤처캐피탈인 하이투자파트너스(이하 하이투자)가 2년 전 110억원을 투자한 '엔케이' 투자원금 중 일부를 회수했다. 영업손실을 기록하던 회사에 운영자금을 조달해 흑자전환을 돕고, 콜옵션을 통해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도 일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투자는 지난달 말 엔케이 전환사채(CB) 306만5380주(2.91%)를 장외매도했다. 주당 매매단가는 1010원으로 약 31억원을 회수했다. 발행회사인 엔케이가 CB 콜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한 데 따른 것이다.
하이투자가 엔케이 투자자금을 회수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해 8월 말 CB 165만590주(1.81%)를 처분했다. 주당 매매단가는 980원으로 약 16억원을 회수했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엔케이가 콜옵션을 행사한 결과다. 두 차례 회수를 통해 하이투자가 거둬들인 금액은 약 47억원이다. 보유 지분율은 12.85%에서 8.13%로 낮아졌다.
향후 회수전략은 주도적으로 펼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5월 27일을 기점으로 엔케이의 콜옵션 행사기한이 종료된 까닭이다. 투자기구로 활용한 펀드의 만기 시한이 촉박하지 않음을 고려하면, 하방안정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추가 회수 시점을 저울질할 것으로 관측된다. 7일 종가(1090원) 수준에 보유 지분을 전량 매도한다고 가정하면 약 78억원을 회수할 수 있다.
하이투자가 엔케이에 투자한 건 2년여 전이다. 전신인 수림창업투자 당시 펀드 2개로 엔케이가 발행한 9회차 CB 전량을 사들였다. '현대-수림 챔피언십 투자조합(약정총액 500억원)'으로 100억원, 'SR 블루이코노미 투자조합(150억원)'으로 10억원을 각각 납입했다.
해당 CB는 권면총액 110억원, 최초 전환가액 933원으로 발행됐다. 표면금리는 1%, 만기금리는 4%로 설정했다. 또 리픽싱(전환가액조정) 조항을 넣어 주가 하락 시 전환가액을 최저 653원까지 낮출 수 있게 했다. 콜옵션과 풋옵션(매수청구권)도 모두 포함했다.
엔케이는 하이투자에서 조달한 실탄을 운영자금으로 활용했다. 이를 통해 CB 발행 첫해 영업손실(이하 연결기준)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2019년 984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을 2020년 3억원 규모로 줄였고, 2021년에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4년 이후 무려 7년 만에 흑자다. 선내 소방시스템,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 수소 저장용기 등 사업을 영위하는 엔케이의 업사이드 포텐셜(우상향 잠재력)을 눈여겨 본 선구안이 적중했다.
하이투자는 회사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도 일조했다. CB 발행회사인 엔케이가 제3자배정 방식 콜옵션으로 최대주주인 '더세이프티'에 CB를 몰아준 까닭이다.
더세이프티는 박윤소 엔케이 회장의 장남인 박제완 엔케이 총괄이사가 지분 81%를 보유한 비상장사다. 엔케이 경영권 승계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더세이프티가 이번 콜옵션 행사로 확보한 CB를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현재 15% 수준인 지분율을 20% 안팎까지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엔케이에 대한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게 되는 셈이다.
하이투자는 이번 엔케이 자금회수(엑시트)를 성공적으로 끝마칠 경우 또 한 번 '험지 투자 명가'라는 명성을 입증하게 될 전망이다. 전신인 수림창업투자 시절부터 여성기업펀드, 수산전문펀드, 조선업 구조개선펀드 등 정책적 목적이 뚜렷한 펀드들을 운용해 성과를 거뒀다.
특히 엔케이에 자금을 댄 '현대-수림 챔피언십 투자조합'의 경우 성과보수를 받는 기준수익률이 0% 이상일 정도로 운용 난이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조선업 구조조정에 기여하는 주목적 투자조건 탓에 수익성에 중점을 둔 출자자(LP)들의 러브콜을 받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펀드에 담긴 포트폴리오들은 향후 회수성과가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목적 투자에 부합하는 기업으로는 ▲EK중공업(중소형 특수선 제조) ▲빈센(수소전지 기반 소형보트 양산) ▲아우토크립트(모빌리티 보안 솔루션) 등이 있고, 비목적 투자 기업은 ▲솔트룩스(대화형 인공지능) ▲리센스메디컬(급속 냉각 마취기기 제조) 등이 포트폴리오에 담겼다. 이 가운데 솔트룩스는 일찌감치 회수가 이뤄지며 약 2배의 성과를 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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