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엄주연 기자] 로젠택배의 새 주인이 된 코웰패션은 꾸준한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열심인 회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두둑한 현금 곳간을 바탕으로 코웰패션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것을 두고 업계에선 최대주주인 대명화학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향후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도 보여주는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웰패션은 2016년부터 매년 두 차례 이상씩 자사주를 매입해 지난해까지 12번의 자기주식취득결정 공시를 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3월에는 10일부터 31일까지 16번에 걸쳐 자사주 200만주를 취득했고, 4월 3일 해당 주식을 전량 소각하면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쳤다.
세 차례 자사주 매입에 나선 2017년 4월에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106만4163주의 자사주를 취득 후 소각했다. 통상 상장사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지분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는 매입 후 소각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이 때문에 코웰패션의 행보가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코웰패션이 최근 몇 년간 이 같은 주주친화 정책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두둑한 현금 곳간 덕분이다. 코웰패션은 지난해 말 기준 203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전년(153억원)과 비교해 32.6% 증가한 금액이다. 이익잉여금도 전년(1613억원) 대비 26.2% 증가한 2035억원으로 나타났다.
배당도 확대하고 있다. 코웰패션은 2017년 1주당 3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 이후 2018년에는 40원, 2019년에는 100원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지난해부터는 중간배당도 도입, 상반기 주당 50원의 중간배당을 지급했고 결산 배당으로 주당 70원을 실시했다. 올해 역시 5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코웰패션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 후 소각과 배당 정책은 주주가치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오래 전부터 지속하고 있다"면서 "앞으로의 배당 계획은 이사회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라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코웰패션이 이같은 주주친화 정책을 통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주주인 대명화학의 지배력을 지키는 동시에 회사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시장에 보여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코웰패션의 최대주주는 대명화학으로 지분 48.8%를 보유하고 있다. 대명화학은 권오일 회장이 지분 90% 이상을 보유한 비상장사다.
실제 지난해 4월 코웰패션이 자사주 소각을 진행한 이후 대명화학의 지분율은 보유주식 수의 변동 없이도 47.7%에서 48.8%로 높아지는 효과를 봤다. 과거 2019년 2월 대명화학은 1대 주주로 55.4%의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었으나 이순섭 회장의 콜옵션 행사로 인해 지분율은 47.7%로 하락했고, 이순섭 회장의 지분율은 21.5%로 상승한 바 있다.
이 같은 지분 변화가 가능한 것은 대명화학과 코웰패션 간 밀접한 관계 덕분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창업자이자 실제 경영인이지만, 대명화학의 최대주주인 권 회장의 투자로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고, 대명화학이 지배주주가 된 만큼 두 사람이 코웰패션 지분율을 서로 양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을 통해 대주주 지분율이 확대되면서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대명화학의 경우 대주주 경영권이 위태롭지 않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를 해야하는 상황이 아니지만, 자사주 매입으로 인해 지분율을 유지하는 것도 염두해 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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