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변한석 기자] SI 기업들이 공공기관 AI 전환(AX) 경쟁에 나서고 있다. 공공기관이 행정 데이터를 AI와 연결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장기간 공공 프로젝트 경험이 있는 SI업계가 수혜자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보안과 데이터 통제가 중요한 공공 AX 특성상 공공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SI 기업들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AX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히 생성형 AI를 도입하는 수준에서 각 기관의 데이터와 환경에 맞는 AI 구축 수요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안과 데이터 통제가 중요한 공공·금융 분야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자체 데이터와 내부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AI 구축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라는 해석이다.
보수적인 공공기관은 변화가 느린 분야로 평가된다. 특히 보안 문제가 연관돼 AI 도입에는 더욱 보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SI업계는 오랜 기간 공공·금융권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데이터와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를 쌓아온 만큼 AX 작업에도 적임자다. 한 SI업계 관계자는 "민간 LLM·AX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며 "기업들은 이제 공공·금융 분야의 AI 전환에 진출하는 모양새"라고 진단했다.
공공 AX의 승부처는 AI 모델 자체가 아니라 실제 업무에 AI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공공기관에 축적된 법령, 지침, 행정 문서 등을 AI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정비하는 작업이 핵심이다. 특히 공공 AI는 민간 서비스보다 정확성이 더욱 중요해 검색 기반 생성(RAG)·데이터 정제·기존 업무 시스템 연동 과정이 필수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작업이 단순 AI 모델 도입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본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정부도 공공 업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범정부 AI 공통기반을 구축하고 전 부처로 확산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통부가 추진하는 이 사업은 정부 전체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AI 자원 제공 환경을 마련한다. 공공 AX는 행정 업무와 대민 서비스를 AI 기반으로 재설계하는 데 무게가 실린다. 교육·행정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서 작성과 정보 검색, 민원 처리 업무를 자동화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SI업계도 AX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우선 삼성SDS는 범정부 지능형 업무관리 플랫폼 '온AI' 구축 사업에 주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다. 생성형 AI 협업 솔루션 브리티웍스가 온AI의 공식 협업 도구로 채택됐다. 이 플랫폼의 목표는 공무원들이 내부망 환경에서 보안 걱정 없이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삼성SDS 관계자는 "온AI는 생성형 AI 서비스를 공공 환경에 맞게 구현한 플랫폼"이라며 "보안이 가장 중요한 만큼 행정망·공공망·인터넷망을 분리하고 내부 데이터 외부 유출이나 AI 학습에 활용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SDS는 2026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회사의 2분기 성장 요인으로 범정부 지능형 AI 서비스 확산과 공공 업종 GPUaaS 증가를 언급했다.
LG CNS의 2026년 1분기 매출 중 58%가 AI·클라우드 사업 매출로 집계됐다. 총 76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다. LG CNS 관계자 역시 "공공·국방 영역으로 AI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며 "에이전틱 AI 기반의 멀티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협업하는 다양한 서비스로 AX 사업 경쟁력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과 협업한 'AI·데이터 중심 경기교육 디지털 플랫폼'이 LG CNS의 공공 사업이다. 약 380억원 규모의 해당 사업은 생성형 AI 기반 지능형 디지털 플랫폼 구축으로 교육행정 업무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외교부와는 300억원 규모의 '지능형 AI 외교안보 데이터 플랫폼' 사업을 맡았다. 외교부는 해당 사업으로 외교 문서 초안 작성과 문서 분류·요약, 정보 관리 기능을 제공한다.
두 기업의 공공 AX는 단순히 AI를 도입한다는 데에 중점이 있지 않다. 오히려 기존 업무 시스템과 데이터를 AI와 안전하게 연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공기관은 복잡한 레거시 시스템과 방대한 행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만큼 생성형 AI와 기존 시스템의 연동이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수십 년 동안 구축된 레거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며 "기존 데이터와 시스템을 AI가 활용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풀이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SI 기업의 공공 AX 사업이 단순히 행정 데이터 정비 사업에만 머무르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AI 모델을 만드는 게 아닌 시중의 생성형 AI로 기존의 데이터를 정리하고 업무 시스템과 연결하는 작업 비중이 훨씬 크다"며 "SI 업계의 공공 AX 사업은 결국 데이터 품질과 시스템 통합 역량이 성패를 좌우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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