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농식품에 올인하면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는 벤처캐피탈(VC) 업계의 오랜 통념이 깨지고 있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 출자한 농식품 펀드들이 투자금 전액을 농식품 분야에 쏟아부어야 하는 주목적 투자 100% 조건에서도 20% 이상의 내부수익률(IRR) 성과를 잇달아 내놓고 있어서다.
23일 VC 업계에 따르면 CKD창업투자가 지난해 12월 청산한 'CKD 스마트팜 1호 농식품투자조합'은 정책적 성격과 수익성을 동시에 잡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투자금을 전부 스마트팜 분야에 투자해야 하는 난이도 높은 펀드였지만 IRR 22.4%로 청산했다.
해당 펀드는 ▲우듬지팜(농산물 재배유통) ▲그린랩스(스마트팜 소프트웨어) ▲푸드팡(식자재 유통) ▲바이오앱(백신제조 식물공장) 등 총 7개의 농식품 업체에 투자했다. 우듬지팜에는 30억원을 투자해 약 197억원을 회수했고 그린랩스에는 30억원을 투자해 약 165억원을 회수하는 등 주요 포트폴리오에서 의미 있는 회수 성과를 거뒀다.
포스코기술투자가 2024년 말 청산한 포스코농식품수출투자조합 역시 주목적 투자 100% 펀드였지만 IRR 12.8%로 안정적인 성과를 냈다. 이 펀드는 건강기능식품 및 식품 제조 기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특히 프롬바이오에 15억원을 투자해 약 78억원을 회수하며 멀티플 5배 이상의 성과를 기록했다. 두 펀드 모두 농식품 주목적 100%라는 제약에도 두 자릿수 수익률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이 같은 성과를 발판으로 농금원도 출자사업 문턱 낮추기에 본격 나섰다. 시장에서 농금원 출자 사업을 두고 갖는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는 문턱이 높아 신생 하우스가 끼어들 틈이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 농금원은 오히려 역량 있는 루키들을 적극 발굴해 시장에 안착시키는 조력자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농금원은 최근 출자사업 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앞선 정기 출자사업에서 일부 분야가 미달되자 스마트농업과 미래혁신성장 트랙을 중심으로 추가 공고를 내고 위탁운용사(GP) 선정 구조를 손질했다. 기존에는 트랙당 GP 1곳을 뽑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엔 출자금을 100억원짜리 1개와 50억원짜리 2개로 쪼개 트랙당 최대 3곳의 GP를 선정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두 트랙 합산 기준으로 최대 6개의 GP가 새로 진입할 수 있는 구조다. 전체 결성 목표는 1590억원 이상으로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도 펀드당 결성 부담은 낮췄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출자자(LP)의 과도한 관여 우려 역시 적극적으로 해소해 나가는 분위기다. 과거의 규제 위주 관리에서 벗어나 현재는 운용사가 난도 높은 주목적 투자를 성공시킬 수 있도록 밀착 지원하는 조력자 역할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농금원 관계자는 "주목적 100% 투자 구조가 어렵다는 인식이 있지만 스마트팜이나 수출 펀드 사례처럼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는 구조"라며 "역량 있는 운용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농식품 투자 생태계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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