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3000 시대를 향한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이 시작됐다. 정부는 프리미엄과 스탠다드로 나누는 리그제를 통해 시장 신뢰 회복과 자금 재편을 동시에 노린다. 자금 쏠림과 낙인 효과, 기관 자금 유입이라는 서로 다른 흐름 속에서 코스닥은 나스닥처럼 질적 향상을 이룰 수 있을까. 해외 사례를 통해 시장에서 이뤄질 옥석 가리기의 실체를 살펴본다. 기술특례로 입성했지만 실적이 저조한 기업들이 마주할 현실과 기관 자금 유입을 위한 필수 과제들을 짚어본다.
[딜사이트 김광미 기자] 정부가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과 스탠다드로 나누는 구조 개편을 추진하자 기업들은 일단 세그먼트 구분 기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와 파두 등 기술특례상장기업들은 시가총액이 조단위를 넘어서지만 아직까지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상당수가 이른바 2부 리그인 스탠다드로 편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스닥 세그먼트 분리 제도는 거래소 상장·공시 규정에 대한 개정을 필두로 사실상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은 리그 구분의 기준을 두고 다양한 예측을 쏟아내고 있다. 구체적인 기준이 나오지는 않은 상태이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상위 세그먼트인 프리미엄에는 ▲시장평가(시가총액) ▲영업실적(매출액·이익) ▲지배구조 등의 기준이 적용될 예정이다. 스탠다드는 현행 코스닥 요건을 유지하며 상위 요건을 충족하면 프리미엄으로 승격되고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즉시 강등되는 구조로 예상된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1부·2부 구분과 별개로 한계 기업 퇴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관리군에 속한 기업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에 대한 지원책 등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금융당국에) 전달하고 있으며, 현재 조율이 진행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이왕 리그제를 실행하는 만큼 엄격한 프리미엄 리그 기준을 둘 예정이지만, 그 기준을 부여받는 기업이나 시장 운영자들은 사실상 2부 리그로 좌천될 시총 기준 조단위 기업을 걱정하고 있다는 분위기다.
특히 시장에서는 기술특례상장기업의 분류 기준을 가장 큰 변수로 보고 있다. 특례상장은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이 현재 적자 등으로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평가 전문기관의 등급 선정을 통해 성장성을 인정받아 마중물 공급을 위해 우선 상장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전체 코스닥 상장사 1818개 가운데 기술특례상장기업은 287곳으로 15.79%나 차지한다.
문제는 상당수 기술특례상장기업이 상장 후에도 장기간 적자를 탈피하지 못하는 구조에 있다. 기술력과 성장성은 인정받았지만 매출이나 이익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시가총액과 수익성 간 괴리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해당 기준을 적용할 경우 기술특례상장기업 상당수가 2부 리그 성격의 스탠다드 리그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 기술특례제도로 상장한 기업 중에는 높은 시가총액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지속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에이비엘바이오는 2018년 상장한 면역항암제 및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으로, 지난 26일 기준 시총은 10조330억원으로 6위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해 영업손실 404억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보로노이 역시 시총 5조8491억원(13위) 규모지만 지난해 영업손실 544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상장 이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뻥튀기 상장 논란이 불거졌던 파두도 2023년 기술특례로 상장해 현재 시총 2조5555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65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상장 이후 흑자 전환에는 내내 실패했다.
이 외에 오름테라퓨틱(-518억원),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123억원), 리브스메드(-53억원), 큐리언트(-298억원), 앱클론(-18억원), 에이프릴바이오(-73억원), 지투지바이오(-120억원) 등 다수 기업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시총은 높지만 수익성이 낮은 기업이 적지 않아 단순한 기준 적용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기술특례상장기업의 2부 편입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2부 리그에는 상당수 기술특례상장기업이 포함될 것"이라며 "상장 이후 10년이 넘었는데도 적자를 내는 기업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구조를 정리하면 투자 자금이 1부 리그로 집중되면서 우량 기업 선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정부 역시 이러한 방향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구체적인 리그 구분 기준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지만 기술특례상장기업에 수익성과 시총기준을 동시에 적용할 경우 상위 리그 진입이 어려울 수 있다"며 "코스닥이 혁신기업 중심 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정 부분 조율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논의 단계로, 리그를 나누는 기준은 복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기술특례상장기업의 경우 영업실적이 부족하다면 시총 기준이 더 높게 설정될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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