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의 정비사업 수주 부진이 계속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정비사업에서 전무한 실적을 기록한 현대엔지니어링은 대형 건설사 중 유일하게 수주 잔고를 늘리지 못해 쌓아놓은 일감이 줄어드는 처지다. 업계에서는 세종고속도로 붕괴사고 여파로 선언한 수주 중단이 지속된 가운데 올해 재개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새해가 밝았지만 지난해 중단한 사업 수주 재개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올해 수주를 재개하지 못할 경우 수주잔고 감소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국토교통부가 1분기 내로 세종고속도로 붕괴사고에 대한 행정처분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대엔지니어링도 올해 상반기 중 수주 재개 계획을 밝힐 것으로 점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난해 정비사업부문의 수주실적 부진은 이례적이다. 지난 5년간 연평균 1조원대 정비사업 수주를 기록하며 업계 상위권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앞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1조원을 웃도는 수주를 달성하며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는 아예 신규 도시정비사업 참여 자체를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현대건설이 사상 첫 10조원 돌파, 삼성물산이 9조원대 수주를 기록한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은 경쟁업체와의 격차가 벌어지며 시장 점유율이 크게 떨어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그동안 리모델링 사업을 정비사업 수주의 핵심 축으로 삼아왔다. 특히 국내 도시정비사업 시장에 리모델링 기술을 처음 도입했던 쌍용건설의 주요 인력을 흡수했고, 힐스테이트 브랜드 경쟁력을 앞세워 조합원의 선택을 받았다. 서울 주요 단지와 1기 신도시 등 재건축 리모델링을 통한 사업성이 높은 단지에서 수주를 이어왔다.
특히 리모델링 사업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강화된 시기 강남권 중소형 단지에서 활발히 진행됐다. 리모델링을 통해 일반분양되는 소규모 물량은 통상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재건축보다 인허가와 사업 속도가 빠른 특성을 고려해 리모델링을 선택한 조합들 역시 현대엔지니어링에 시공을 맡기기도 했다.
과거 강남구 삼성동 서광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첫 강남 리모델링 수주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후 현대엔지니어링은 동대문구 전농동 등 서울 도심 사업지와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사업 등을 시공하며 기술적 역량을 입증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 발생한 세종고속도로 붕괴사고와 평택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추락사고로 현대엔지니어링은 전국 주택·토목 분야 신규 수주를 전면 중단했다. 이 시기 취임한 주우정 대표는 취임 직후 '수주 셧다운'을 공식 선언했다. 이는 건설사가 자발적으로 수주를 멈춘 첫 사례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이같은 초강수에 나선 배경에는 현대차그룹의 안전 경영 강화 요구와 재무 건전성 확보 필요성이 깔려 있다는 평가다. 주우정 대표는 1987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해 현대제철 재무관리실장, 기아자동차 재경본부장(CFO)을 역임하며 그룹 내 재무통으로 통했다. 앞서 2024년 11월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로 선임된 그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신뢰하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약 1년간 이어진 수주 셧다운은 일감 감소로 이어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주잔고는 2024년 말 34조8247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26조9719억원으로 감소했다. 5년 만에 처음으로 잔고가 줄어든 것이다. 플랜트·인프라 중심의 해외 EPC 사업으로 버티고 있지만, 국내 주택 부문 부진으로 포트폴리오 균형이 무너지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주우정 대표의 재무 전문성을 활용한 내실 경영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올해 정비사업 시장이 70조원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의 수주 공백은 실적 측면에서도 뼈 아플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현재로서 현대엔지니어링의 행보는 여전히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권을 비롯한 목동·여의도 등 대형 사업지 시공사 선정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이 리모델링 전문성을 살려 재진입할지, 아니면 EPC 중심 구조 개편에 집중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