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ABCP)과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관련 우발채무 대다수가 올 1분기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신용보강을 제공한 전체 사업장 중 절반 가량은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위치했다. 전국 사업장의 절반 가량도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등 대안주거 시설로 파악됐다.
다만 대다수 사업장의 신용공여 규모가 1000억원 미만이기 때문에 리스크는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자금력이 풍부하고 재무구조가 양호해 우발채무가 부실화하더라도 충분한 대응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1Q 만기도래 2.9조원…전체 절반 사업장 지방, 대안주거
딜사이트는 분기보고서와 신용평가사 보고서를 토대로 현대엔지니어링이 100개 사업장에서 신용보강을 제공해 발행한 ABCP와 ABSTB를 전수조사해 집계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PF ABCP 등 우발채무 규모는 총 3조7603억원이다. 이 가운데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ABCP·ABSTB가 대다수다. 특히 올해 1분기에 만기가 집중돼 있다.
통상 ABSTB의 만기는 3개월이지만 최근 자금시장 경색으로 1개월까지 짧아진 경우가 많은 탓이다. 올 1분기 만기도래하는 금액은 총 2조9414억원으로 전체의 78.2%를 차지한다. 월별로 보면 올해 ▲1월 1조12억원 ▲2월 1조2359억원 ▲3월 7043억원 등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신용보강 사업장의 43%는 지방에 위치했다. 대구, 광주, 부산 등 대도시를 포함해 강원도, 충남, 경남, 경북 등 전국 곳곳에서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전체의 45%에 해당하는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지식산업센터 등을 공급한다. 나머지 55%는 공동주택(주상복합 포함)이나 정비사업 등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사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힐스테이트 칠성·앙사나 여의도' 등 1000억 이상
다만 대부분 사업장의 신용공여 규모가 건당 1000억원 미만이어서 리스크가 낮다는 평가다. 상대적으로 고위험으로 평가 가능한 ▲ABCP·ABSTB 금액이 1000억원 이상이고 ▲만기가 1분기인 사업장은 5곳에 불과했다. 이들 사업장의 신용공여 유형은 연대보증 등이 아니라 '책임준공 미이행시 채무인수'여서 상대적으로 위험 수준이 낮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제공한 신용보증 금액이 가장 큰 곳은 '힐스테이트 칠성 더 오페라'(ABSTB, 1600억원)다. 이 사업은 대구시 북구 칠성동 2가 321-4 번지 일원에 공동주택 577세대, 오피스텔 114실 등을 짓는 사업이다.
시행은 메테우스칠성제1차, 시공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맡았다. 유동화회사(SPC)인 세븐스타즈제일차가 1600억원 규모의 ABCP를 발행해 차주에게 대출해줬고 이에 대해 현대엔지니어링이 보증을 선 구조다.
마스턴제51호여의도PFV가 시행하는 '앙사나 레지던스 여의도' 사업도 신용보증 규모가 크다. 이 사업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60번지 일원에 생활형숙박시설 348실, 업무시설 및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하며 유동화회사 2곳(지타레스제일차, 콜롬비아)이 발행한 ABSTB 1200억, 1000억원에 대해 현대엔지니어링이 각각 신용보강을 제공했다.
이 프로젝트의 경우 사업지 입지조건은 양호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분양에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11월부터 분양에 돌입했지만 11월 말 기준 분양률은 30%대로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PF 우발채무가 4조원에 달하긴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이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우발채무가 현실화하더라도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부채비율은 80.4%, 차입금의존도는 0.45%에 불과하다. 자기자본 규모는 3조7964억원이며 이중 현금성자산이 1조6610억원에 달한다. IPO(기업공개)를 추진 중인 현대엔지니어링은 높은 순자산 비율 유지에 집중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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