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고령화와 시장 포화로 보험업계의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돌파구를 찾는 과정에서 업계의 시선은 40대 차세대 오너들의 경영 행보로 향한다.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 정경선 현대해상 부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각각 디지털, 지속가능경영, 글로벌 사업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딜사이트는 이들 차세대 오너의 리더십을 점검하고, 보험업계의 미래를 좌우할 경영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현대해상 오너 2세 정경선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가 새해부터 부사장 직위를 달며 'C레벨' 위상을 한층 공고히 했다. 2년 전 CSO로 경영 전면에 등장한 이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내재화를 주도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최근 경영 컨트롤타워 역할까지 맡으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향후 보험 본업을 중심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차기 승계 구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사장은 이달 2일부로 직위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조정됐다. 이번 인사는 현대해상이 성과 중심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상무-전무-부사장' 체계를 '상무-부사장'으로 단순화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직급 체계 개편과 맞물려 정 부사장을 차세대 경영진으로 공식화하는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1986년생인 정 부사장은 타 보험사의 오너 3세들과 달리 실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임원으로 직행해 경영수업을 받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2023년 12월 현대해상에 합류하면서 신설된 CSO직에 선임됐고, 입사와 동시에 전무 직위를 부여받아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정 부사장은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이자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다.
정 부사장의 강점은 ESG 분야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7월 당시 전무직을 맡았던 정 부사장 직속 기구인 지속가능본부를 기존 실 단위 조직에서 본부로 격상시키며 힘을 실어줬다. 대표적인 성과로 2024년 그의 주도로 독자적인 임팩트 측정 체계를 구축한 사례가 꼽힌다. 사회·경제적 가치 창출 성과를 계량화해 지속가능경영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는 그가 소셜벤처 지원 비영리기업 '루트임팩트'와 소셜임팩트 투자사 'HGI'를 설립·운영하며 쌓은 경험이 반영된 결과로 평가된다.
정 부사장은 ESG 조직 외에도 현대해상 경영의 핵심 축으로 꼽히는 기획관리부문과 기술지원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기술지원부문에는 전산 총괄(CIO)과 디지털 조직이 포함돼 있어, 보험 영업과 손익에 영향을 미치는 인프라·전략 기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다만 직접적인 손익 책임자라기보다는 보험 본업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지원하는 성격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권한과 역할이 확대된 만큼 이제는 실질적인 성적을 통해 후계 구도를 굳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정 부사장의 현대해상 지분율은 0.45%(40만6600주)로, 누나인 정정이 현대하임자산운용 대표이사(0.38%·34만3475주)와의 격차는 0.07%포인트에 불과하다. 현대하임자산운용은 현대해상 100% 자회사로, 2024년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로 출범했다.
'이사회 입성' 역시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정 부사장은 현재 상근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며, 오너 일가 가운데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는 인물은 정몽윤 회장이 유일하다. 의결권이 없는 만큼 현대해상의 주요 의사결정에서는 한발 떨어져 있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후계자로서의 명분을 강화하려면 사내이사로 등재돼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짊어질 필요가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궁극적인 시험대는 보험 본업 실적이다. ESG 경영 성과가 장기 경쟁력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자동차보험 손해율 관리와 비용 구조 개선은 향후 정 부사장의 경영 역량을 가늠할 주요 지표로 거론된다.
실제 현대해상 실적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5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은 634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70억원) 대비 3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보험손익은 1조909억원에서 5500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자동차보험 적자 전환과 보험료 인하 누적 영향이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정 부사장(CSO) 산하 조직 현황은 내부 방침상 공개가 어렵다"며 "다만 지속가능본부는 기획관리부문, 기술지원부문과 별도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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