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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많이 파나 시대 끝, 소프트웨어로 승부 가른다"
최유라 기자
2026.01.02 09:30:16
이호근 대덕대 교수 "현대차 글로벌 선두 입지, 관건은 기술 고도화 속도"
이 기사는 2026년 01월 01일 07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제공=이호근 교수)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는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이 한국에 상륙하면서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수준을 넘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고금리 기조, 미국의 관세 정책, 중국 업체들의 기술적 약진 등 대외 변수 속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위기 대응 역량도 시험대에 올랐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딜사이트와의 '2026년 병오년 전망'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이에 대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과제와 시사점을 조명했다. 그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지난해 자동차 시장이 녹록지 않았음에도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과 자율주행을 축으로 한 전략적 투자가 오히려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완성차 산업의 경쟁 구도가 더 이상 '물량'이 아닌 '기술'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핵심은 누가 먼저 기술을 내놓느냐가 아니라, 출시 이후 얼마나 빠르게 성능을 고도화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내 완성차 업체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예측 가능한 정책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차원에선 소프트웨어 주도권 확보를 비롯해 전동화 기술 내재화와 유연한 생산 체계 구축이 필요한 한편 기술력을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입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이호근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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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자동차 산업을 총평하자면

▲2025년 자동차 산업은 단기적인 실적 변동보다 중장기 구조 변화가 뚜렷해진 전환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글로벌 기준으로는 고금리 기조 장기화, 지정학적 리스크, 보호무역 강화 등으로 인해 전체 판매량은 기대만큼 회복되지 못했지만, 산업 내부적으로는 전동화 이후를 대비한 '포스트 전기차 시대'의 경쟁 구도가 본격화한 한 해였다. 전기차 시장은 초기 고성장 국면을 지나 수요 조정기에 진입했고,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단순한 전동화 확대보다는 원가 구조 개선, 플랫폼 통합,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국내 산업 역시 양적 성장보다는 체질 개선에 무게를 두었고, 특히 SDV, 자율주행, 열관리·전력전자와 같은 보이지 않는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가 눈에 띄었다. 결과적으로 2025년은 '성장이 둔화한 해'라기보다는 미래 경쟁을 준비하기 위한 비용을 선제적으로 지불한 해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테슬라 FSD의 국내 도입이 완성차 업체에 주는 영향은

▲테슬라 FSD(Full Self Driving)의 글로벌 확산은 기존 완성차 업체들에 기술 경쟁 이상의 압박을 주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자율주행 성능의 문제가 아니라, 차량 개발과 수익 창출 방식 전반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하드웨어를 비교적 단순화하는 대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데이터 축적을 통해 차량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완성차 업체들은 "언제 기능을 완성할 것인가"가 아니라 "출시 이후 얼마나 빠르게 진화할 수 있는가"라는 새로운 경쟁 기준에 직면했다. 특히 대규모 실주행 데이터 확보, 무선소프트웨어업데이트(OTA)를 통한 기능 배포, 사용자경험(UX) 중심의 설계 역량은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요소다. FSD는 아직 완전 자율주행 단계는 아니지만, 기술 완성도보다 '시장 선점 효과'와 '데이터 격차'가 더 큰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SDV 경쟁력은 어떻게 보는지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SDV(Software Defined Vehicle) 전략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에서도 상당히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전용 전동화 플랫폼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통합하고, 운영체제(OS)를 중심으로 OTA(무선소프트웨어업데이트), 커넥티드 서비스, 데이터 활용 구조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강점이다. 다만 테슬라와 같은 순수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과 비교할 경우, 데이터 축적 속도와 개발 조직의 민첩성에선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 이는 기술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조직 구조와 의사결정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부분이 크다고 본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후발주자'라기보다는 '안정적 선두그룹'에 속해 있지만, SDV 경쟁에선 2~3년의 시간차가 시장 지위를 크게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몇 년이 매우 중요한 국면이 될 것이다. 


-SDV 전환 과정에서 조직 역량과 인재 확보의 중요성은

▲SDV 전환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조직과 인재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완성차 기업은 오랜 기간 하드웨어 중심의 수직적 조직 구조를 유지해 왔고, 이는 대규모 양산 체계에는 최적화돼 있지만 빠른 소프트웨어 혁신에는 한계가 있다. 


SDV는 소프트웨어 기업과 유사한 개발 방식, 즉 빠른 반복과 실패를 전제로 한 실험 문화, 그리고 부문 간 경계를 허무는 협업 구조가 요구된다. '원팀'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평가 체계, 권한 위임, 인재 보상 구조까지 함께 바뀌지 않으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결국 핵심은 외부 인재 영입보다도 기존 인재를 SDV 환경에 적응시키는 내부 전환 역량에 달려 있다고 본다.


-중국 완성차 업체의 기술 경쟁력은 어느 수준인가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이제 더 이상 저가 전략에 의존하는 후발주자가 아니다. 전동화 플랫폼, 배터리 내재화, 소프트웨어 통합 능력 측면에서 이미 글로벌 평균을 상회하는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개발 속도와 가격 경쟁력은 기존 완성차 업체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신흥국 시장에서만 위협적이었다면, 이제는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도 '가격 대비 기술 수준이 높은 대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시장 점유율 경쟁을 넘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수익 구조 자체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향후 5년간 국내 자동차 산업의 핵심 과제는

▲향후 5년을 기준으로 볼 때, 한국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주도권 확보 ▲배터리·전력전자·열관리 등 전동화 핵심 기술의 내재화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유연성이 그것이다. 단순 조립 경쟁력이나 브랜드 인지도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며, 기술과 데이터가 결합된 산업 구조에서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국내 생태계 안에 축적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국내 투자 유치를 위해 필요한 정책적 지원은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 투자를 유지·확대하도록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다. 전동화·자율주행 관련 규제의 일관성, 연구개발 세제 혜택의 지속성, 그리고 전력·부지·인프라에 대한 안정적 지원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특히 글로벌 기업 입장에선 노사 관계의 경직성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될 수 있다. 고부가가치 연구개발은 국내에 남더라도, 생산 투자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해외로 이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정책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 15% 관세 부과가 산업에 미칠 영향은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15% 상호관세를 적용할 경우,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 양쪽에서 동시에 압박받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가격 인상이나 인센티브 조정이 불가피하고, 이는 소비자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중장기적으로는 현지 생산 확대, 차급 및 모델 믹스 조정, 그리고 고부가가치 모델 중심 전략으로의 전환이 요구될 것이다. 단순 물량 확대 전략보다는 브랜드 가치와 기술 프리미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2026년 자동차 산업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2026년을 바라볼 때,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 대선 이후의 통상 정책, 중국 내수 시장의 회복 여부, 그리고 전기차 수요가 다시 성장 궤도로 복귀할 수 있을지다. 여기에 더해 중요한 변화는 자율주행차, 특히 로보택시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자율주행은 기술 시연과 제한적 실증 단계에 머물렀다면, 2026년을 전후로는 실제로 로보택시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등장할 수 있느냐가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아니라, 규제 환경을 돌파하고 운영 효율과 수익 모델을 동시에 입증할 수 있는 기업이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2026년 이후 자동차 산업은 "누가 더 많은 차를 파느냐"의 경쟁을 넘어, 누가 모빌리티 서비스를 통해 지속적인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의 경쟁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 이력.(그래픽=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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