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방태식 기자] 셀트리온이 미국 일라이릴리(릴리)의 의약품 생산공장 인수를 추진하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번 인수는 단순한 해외 공장 취득을 넘어 관세 대응, 비용 절감,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확장, 향후 파트너십 구축까지 한 번에 노린 전략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연내 공장 인수를 마무리하고 미국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미국 생산시설 확보를 위해 총 1조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약 7000억원은 미국 현지공장 인수 및 운영에 사용되며 나머지 7000억원은 향후 증설과 설비 확충에 사용될 예정이다. 회사는 오는 31일 해당 공장의 취득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현지공장 인수의 핵심 배경으로는 관세 리스크 해소가 꼽힌다.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보호무역 기조 강화와 함께 의약품 공급망에 대한 자국 내 생산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은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보함으로써 이러한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번 인수는 생산시설을 새로 짓는 방식이 아닌 이미 가동 중인 공장을 그대로 인수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신규 공장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장기간의 인허가 절차, 숙련 인력 확보 문제, 수년간의 교육·훈련 비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셀트리온이 미국에 직접 공장을 건설했을 경우 이번 인수 금액(약 4600억원)보다 두 배에 가까운 비용이 들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생산설비뿐 아니라 인력·운영 노하우까지 함께 확보했다는 점에서 비용 대비 효율이 높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미국 현지공장은 향후 CDMO 사업 확대의 교두보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공장 인수로 CDMO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한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셀바솔)의 역할이 달라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셀트리온이 CDMO 생산을 전담하고 셀바솔이 수주 물량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는 구조다.
최근 미국 하원에서 생물보안법이 포함된 국방수권법이 통과된 점도 셀트리온에 긍정요인이 될 수 있다. 생물보안법은 중국 CDMO 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에 따라 미국 현지 생산 역량을 갖춘 셀트리온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업계 시각이다.
릴리와의 협업 가능성도 이번 인수의 또 다른 포인트로 꼽힌다. 셀트리온은 기존 릴리가 생산하던 의약품을 동일 공장에서 계속 생산하는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자산 인수를 넘어 릴리와의 장기적인 협업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시장 평가다. 아울러 셀트리온이 신약개발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글로벌 빅파마인 릴리와의 협업이 현실화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클 전망이다.
더불어 이번 현지공장 인수가 미국 법인의 가치 제고로도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생산시설 확보로 향후 셀트리온 글로벌 사업 구조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한층 커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미국법인은 올 3분기 기준 매출 804억원, 당기순이익 1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9%(468억원), 17.6%(1억5000만원) 성장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번 릴리공장 인수는 회사가 해외에 공장을 보유하게 된 첫 사례"라며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릴리가 생산하던 의약품의 CMO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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