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넥슨그룹 지주사 엔엑스씨(NXC)가 1512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취득해 전량 소각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최대주주인 유정현 의장 일가의 지배력 안정화를 위한 조치인지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 조정을 위한 것인지 해석이 엇갈린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NXC는 지난 8일 1512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후 즉시 소각했다. 감자비율은 전체 주식의 0.94%에 해당하는 총 2만5997주며, 1주당 취득가액은 581만5000원이다.
이번 감자 기준일은 오는 10일이며, 자본금은 유지한 채 발행주식 수만 줄이는 이익소각 방식으로 진행된다. 소각 후 보통주 발행주식수는 기존 278만90주에서 275만4093주로 줄어든다.
NXC는 이번 감자를 통해 고(故) 김정주 창업주의 부인이자 현 넥슨그룹 총수인 유정현 의장과 자녀 2명으로부터 총 1만7592주(약 1023억원)를 장외취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유 의장 8670주(504억1600만원) ▲자녀 2명 8922주(518억8143만원)이다.
이와 동시에 2대 주주인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7969주(463억원), NXC 계열사 와이즈키즈는 약 438주(26억원)을 매각했다. 거래 이후 NXC 주주별 지분율은 ▲유 의장 33.35% ▲기재부 30.65% ▲자녀 2명 각 17.16% ▲와이즈키즈 1.69% 등으로 유지됐다.
NXC 측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한 결정이며, 상속세 납부와는 무관한 것으로 안다"며 "대주주의 채무 관계까지 파악을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지난해 상속세를 내면서 일부 채무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은 통상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번 자사주 매입의 경우 유 의장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움직임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지배구조 조정 목적이라면 지분 구조 측면에서 변화가 나타나야 하는데, 주주 간 지분 비율은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NXC의 자회사인 와이즈키즈로부터 대출받은 3200억원에서 그 답을 찾는다.
유 의장 일가는 지난해 9월 김 창업주 타계 이후 부과받은 상속세 약 6조원을 완납했다. 이 중 약 4조7000억원을 주식으로 물납했고, 6500억원은 지난해 8월20일 유 의장 일가가 보유한 NXC 주식 약 12만5288주를 회사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유 의장은 6만7146주(3203억원), 두 자녀는 총 6만3642주를 3296억원에 매각했다.
유 의장의 두 자녀는 같은 날 와이즈키즈가 진행하는 32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와이즈키즈는 유 의장의 두 자녀가 각각 지분 50%씩을 갖고 있는 자회사다. 즉, 자녀들이 주식을 판 돈을 다시 와이즈키즈에 넣고, 회사는 그 돈을 다시 어머니인 유 의장에게 빌려주는 구조가 형성됐다. 유 의장은 와이즈키즈로부터 3200억원을 연 4.6% 이자율로 대출받았고, 와이즈키즈 비유동자산 항목에 장기대여금으로 잡힌 상태다.
이 같은 복잡한 거래 구조는 자녀가 부모에게 현금을 직접 건넬 경우 발생하는 막대한 증여세 이슈를 해소하고, 법인 대출 형태를 통해 자금을 효율적으로 융통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감자는 유 의장 일가가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 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번 자사주 매입에 캠코가 참여해 지분 약 463억원을 매도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는 유 의장 일가가 물납한 NXC 지분의 공개 매각을 시도해 왔지만, 세 차례 유찰되면서 현재까지도 인수자를 찾지 못 한 상황이다.
기재부는 NXC 물납분 중 3조7000억원을 현금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올해 세외수입 예산에 반영했지만, 사실상 연내 매각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 입장에선 매도를 통해 일부 물납분을 현금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유 의장 일가 입장에선 유동성을 확보함으로써 채무 관계를 일부 조정할 수 있어 양쪽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결정으로 보인다.
한편, 자사주 동시 소각으로 전체 발행 주식수가 줄며 남은 주주의 지분 가치는 높아지고, 유 의장 일가는 재무 리스크를 덜고 경영권 안정화도 꾀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치가 향후 넥슨의 경영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기업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상속세 리스크는 덜고, 장기적으론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구조적 해법인 셈"이라며 "넥슨의 지식재산(IP) 성장 전략이 일정 수준 성과를 보이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와 관련한 재정적 토대 마련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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