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국내 공유오피스 1위 패스트파이브가 코스피 상장에 속도를 내면서 재무적 투자자(FI)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펀드 청산을 이유로 보유 지분을 일찌감치 처분한 SBI인베스트먼트는 상장 모멘텀을 눈앞에서 놓친 반면 구주 매각을 보류하고 펀드를 연장한 TS인베스트먼트는 막판 뒤집기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기업가치가 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지분을 지켜온 FI들은 회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TS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말까지 패스트파이브 지분 8.3% 전량 매각을 추진했으나 최근 매각 대신 펀드 만기를 연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티에스2015-9 성장전략 M&A투자조합'의 청산 기한은 당초 지난 10월이었지만 상장 추진 가능성이 높아지자 출자자(LP) 동의를 얻어 기한을 더 늘리기로 한 것이다.
통상 펀드는 존속기한이 지난 이후 최대 2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다만 조합원 특별결의를 거쳐 전원이 동의하면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추가 연장도 가능하다. TS인베의 경우 역시 성장사다리펀드와 국민연금 등 주요 LP들이 즉시 회수보다 만기 연장을 통한 회수가 수익률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판단해 펀드 연장에 동의한 셈이다.
TS인베는 패스트파이브 상장을 통한 회수를 오랜 기간 기다려왔다. 2020년 패스트파이브가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을 당시에도 엑시트 가능성이 열렸지만 패스트파이브가 예비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기회가 무산됐다. 아울러 상장 준비 과정에서 RCPS를 보통주로 전환해 상환권 등 권리를 상실한 상태였던 만큼 상장 실패가 이어지자 패스트파이브는 TS인베의 아픈 손가락으로 남았다.
다만 이번에 코스피 상장에 성공할 경우 손실을 만회하고 수익 전환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TS인베 외에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11.11%), 신한벤처투자(3.63%) 등도 장기간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요 FI로 꼽힌다. TS인베 관계자는 "수익성과 유동성을 고려했을 때 상장 이후의 수익이 더 무게감 있다고 판단해 펀드 만기를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SBI인베스트먼트는 펀드 청산을 이유로 지난 상반기 보유 지분 전량을 서둘러 매각했다. SBI인베는 2019년 IMM인베스트먼트·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과 함께 총 390억원 규모로 패스트파이브에 참여한 초기 FI 중 하나다.
패스트파이브가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첫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코스피 상장 추진이 본격화된 시점임을 고려하면 회수를 서둘러야 했던 SBI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밸류 회복 가능성이 살아나는 상황에서 청산 압박만 아니었다면 상장까지 기다렸다가 엑시트할 여지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패스트파이브는 김대일 대표가 이끄는 공유오피스 기업이다. 포스텍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스톤브릿지캐피탈에서 투자심사역으로 근무하다가 2015년 패스트파이브 창업에 합류했다. 포스텍 창업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했던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패스트파이브 모회사) 의장과의 인연으로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국내에 패스트파이브 60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패스트파이브는 2020년 코스닥 테슬라 요건 특례 상장을 추진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적자, 공유경제 업황 부진 등이 겹치며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하면서 상장이 무산됐다. 이후로도 2022년 상장 계획을 세웠으나 예심 단계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수차례 증시 입성을 시도해온 패스트파이브는 최근 신한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새롭게 선정하고 코스피 상장을 본격 추진 중이다. 기존 NH투자증권이 빠지면서 신한투자증권·대신증권 체제로 재편됐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LG에너지솔루션, 에이피알 등 대형 IPO를 이끈 실적을 기반으로 패스트파이브에 코스피 직상장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상장 도전은 실적 개선이 뒷받침된 것이 특징이다. 패스트파이브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300억원, 영업이익 54억원, 당기순이익 130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후 첫 연간 흑자를 냈다. 공유오피스 중심 사업 구조에서 사옥 구축·위탁운영 등으로 사업 모델을 확장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패스트파이브의 기업가치는 3000억원 이상으로 전망된다. 2021년 시리즈E 투자 당시 포스트밸류가 이미 3000억원 수준이었고 실적이 개선되면서 기업가치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공유오피스 기업 가운데 첫 상장 사례가 될 가능성이란 점도 패스트파이브의 기업가치 회복 기대를 높이고 있다. 동종 업계의 또 다른 기업인 스파크플러스가 지난해 말 상장을 목표로 했지만 일정이 한 차례 지연된 데 이어 최근 상장 계획을 철회하면서 국내 시장에서는 패스트파이브만이 유일하게 상장 레이스에 남게 됐다. VC 관계자는 "공유오피스 분야에서 유일한 상장사가 될 경우 희소성 프리미엄이 붙어 밸류에이션 산정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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