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현대해상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올해 들어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며 장기간 자본과 배당 여력을 짓눌러 온 부담이 일부 풀리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장기보험 포트폴리오를 '양보다 질' 중심으로 재편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배당 정상화까지는 제도 환경과 자본여력 회복이라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올해 3분기 4조49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4조4315억원) 대비 8.6% 감소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해약환급금준비금은 4조3265억원으로 이익잉여금(7조8423억원)의 55.2%에 달했지만, 3분기에는 이익잉여금이 8조257억원으로 늘면서 해약환급금준비금 비중도 50.5%로 소폭 낮아졌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계약 해지 시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환급금이 부채를 초과할 위험에 대비해 적립하는 항목이다. 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신계약이 증가하면 장기적으로 발생할 CSM(보험계약마진) 등 미래 이익은 늘어나지만, 동시에 해약 시 지급해야 할 환급금 부담도 커질 수 있어 준비금 적립이 늘어나는 구조적 특성이 있다.
이 해약환급준비금은 상법상 주주배당가능이익을 계산할 때 차감 항목으로 반영되므로, 배당 여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보장성보험 판매 확대가 미래 이익을 늘리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지만, 역설적으로 해약환급금준비금까지 함께 증가해 주주환원 여력을 제약하는 구조인 셈이다.
앞서 현대해상은 IFRS17(새 회계제도) 도입 이후 CSM축적에 유리한 장기보험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영업해 2024년 1조460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이 커 23년 만에 결산 배당을 하지 못했다.
현대해상의 해약환급금준비금 감소는 장기보험 영업 전략을 물량 중심에서 질 중심으로 전환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해상의 장기보험 손익은 올해 3분기 1815억원으로 전년 동기(1420억원) 대비 27.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다른 4대 손보사들이 모두 장기보험에서 적자를 낸 것과 대비되면서 현대해상의 전략 전환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수익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신계약 CSM전환배수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올해 3분기 현대해상의 CSM전환배수는 17.1배로 DB손보(17.0배), 삼성화재(13.5배), 메리츠화재(12.6배)를 모두 웃돈다. 이는 신계약당 이익 기여도가 업계 최상위권이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해약환급금준비금 감소가 장기보험 포트폴리오의 건전성 개선과 직결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보험에서 무리한 물량 경쟁을 피하고 수익성 중심으로 영업이 재편되면서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도 완화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마진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배당 재개 가능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대해상은 3분기 사업보고서에서 "IFRS17 도입 이후 시장금리 하락과 회계감독 강화로 자본이 감소한 반면 법정적립금은 지속 증가해 배당가능이익이 소진된 상태"라고 밝혔다.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이 줄어드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으나 배당여력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편 금융당국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비율 조정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도 개선이 현실화될 경우 현대해상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보험 중심 보험사에 상대적으로 가중됐던 부담이 조정되면 자본여건 회복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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