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시중은행 중 최대 규모의 외화조달 기반을 가진 하나은행이 환율 변동성이 확대된 장세 속에서 차별화된 유동성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비용 효율 중심의 조달 구조 전환과 헤지회계를 활용한 환위험 최소화가 핵심 대응 축으로 자리 잡으며 업계의 주목이 쏠린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올해 3분기 말 외화예수금(평균잔액 기준)은 42조9000억원으로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크다. 뒤이어 우리은행(34조6000억원), 신한은행(26조9000억원), KB국민은행(25조7000억원) 순으로 집계돼 격차가 뚜렷하다.
더욱 두드러지는 것은 외화콜머니·사채 등을 포함한 외화 조달자금 총액이다. 하나은행의 외화 조달자금은 63조576억원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최대 규모다. 과거 외환은행 합병을 통해 확보한 글로벌 기업 고객과 무역금융 고객층이 여전히 견고한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외화기반이 클수록 환율 변동기에 실적과 외화유동성 지표 변동 폭이 확대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환율 급등 시 환산손익 변동이 커지고 외화부채 비중이 큰 만큼 유동성 관리 부담 역시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하나은행은 최근 환율 등 금융시장 불학실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조기경보체계를 가동하며 유동성 완충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적정성, 통합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 외화유동성 지표 등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선제적 대응 기반을 정교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하나은행은 헤지회계(hedge accounting)를 적극 활용해 자산과 부채 간 환산 기준 차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 자산과 부채가 환율 변화에 대해 동일하게 움직이도록 구조를 맞추고 발생하는 불일치는 FX 스왑 등 반대거래를 통해 제거하는 방식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통합 LCR 및 외화유동성에 대한 안정적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고 아울러 부진한 국내 경기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자산건전성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 조달 구조에서는 비용 효율화가 두드러진다. 올해 3분기 말 잔액 기준 핵심저금리성예금(보통예금·MMDA)은 91조1000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8.1% 증가한 반면 CD(양도성예금증서)·RP(환매조건부채권) 등 시장성 조달은 33.2% 감소했다. 고금리·단기성 조달을 축소하고 비용 안정성이 높은 예금 기반으로 전환한 결과다.
이러한 방향성은 상반기 하나금융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당시 정영석 하나은행 경영기획그룹장(CFO)은 "상반기 CD가 7조원 이상 감소했다"며 "하반기에는 발행금융채처럼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조달수단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D 축소와 발행금융채 확대는 모두 고금리성 단기 조달 비중을 줄이고 조달비용 변동성을 낮추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조달 구조 개선은 수익성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2025년 3분기 하나은행 NIM(순이자마진)은 조달비용 절감과 포트폴리오 개선의 영향으로 지난해 말 1.47%에서 올해 3분기 1.48%로 0.01%포인트 상승했다.
업권 전반이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기예금을 축소한 것과 달리 하나은행만 정기예금을 4.8% 키운 점도 눈에 띈다. 다만 증가폭이 크지 않은 데다 이번 분기 조달 구조 변화를 주도한 것은 핵심저금리성예금 확대와 시장성 수신 축소였던 만큼 전체 비용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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