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공지능(AI) 집사 로봇보다 더 복합적인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 형태의 휴머노이드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집사 로봇은 기존 AI 가전과 기능이 겹쳐 차별성이 크지 않았고 가격도 높아 시장 확장이 쉽지 않았다. 반면 로봇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소비자 기대도 높아졌다. 단순 이동이나 안내를 넘어 실제 작업을 대신하는 수준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양사는 휴머노이드를 중심으로 로봇 사업을 다시 정비하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볼리'와 LG전자의 'Q9' 등 양사의 AI 집사 로봇은 출시가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양사 모두 연내 출시를 약속했지만 최근 로봇 기술이 급격히 진화하고 소비자 기대도 높아지면서 최종 제품화를 미룬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장에 자리 잡은 AI 가전이 상당 부분 기능을 대신하고 있어 AI 집사 로봇만의 장점이 크지 않은 데다 단가를 낮추기도 어려워 수요가 크지 않다는 판단 하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사람 움직임을 모사해 실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이들 로봇은 보행과 물건 운반, 양손 조작처럼 기존 집사 로봇이 구현하지 못한 동작을 수행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적용 범위가 훨씬 넓다는 평가다. 제조·물류 자동화는 물론 가사 영역까지 이어지는 활용 가능성이 커지면서 양사는 휴머노이드를 차세대 로봇 전략의 핵심으로 삼는 분위기다.
이는 이미 양사 주요 경영진 발언에서도 감지됐다. 고(故)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 초 열린 'CES 2025'에서 "휴머노이드까지 간다"고 밝히며 사람형 로봇 개발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당시 삼성은 제조·물류·키친 로봇에서 축적한 기술을 기반으로 휴머노이드 단계까지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LG전자의 수장이었던 조주완 전 사장도 같은 행사에서 "가사 휴머노이드, 가사 로봇 등 콘셉트를 가지고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하며 휴머노이드 로봇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로봇 자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를 통해 휴머노이드 기반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1~3분기 레인보우로보틱스에서 68억7600만원 규모의 로봇·장비를 들여왔으며, 이는 지난해 연간 매입액보다 5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족 보행과 전신 제어, 양팔 조작 등 사람형 로봇의 핵심 구조를 구현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삼성의 휴머노이드 개발을 주도하는 계열사로 꼽힌다. 북미 연구법인인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는 지난 1분기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사족보행 로봇을 도입을 현장 보안 업무에 투입하기도 했다.
최근 단행된 2026년도 정기 임원 인사에서도 로봇 기술을 이끌어온 인력이 차세대 리더로 중용된 점이 눈에 띈다. 로봇 AI 기반 인식과 조작 등 핵심 기술 확보를 주도해온 권정현 디바이스경험(DX)부문 삼성리서치 로봇인텔리전스팀장은 부사장으로 발탁됐다. 로봇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최고은 삼성리서치 로봇플랫폼팀장은 상무로 승진했다. 그는 자율주행 로봇 개발과 실시간 조작 기술을 다뤄왔으며, 휴머노이드의 전신 제어 체계를 구성하는 기반 기술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말 신설된 미래로봇추진단은 휴머노이드 전신 제어 역량 확보를 목적으로 지난달 26일부터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모집 중이다.
LG전자도 계열사 협업을 기반으로 휴머노이드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로봇 계열사 로보티즈로부터 피지컬AI 기반 작업형 휴머노이드 'AI 워커'를 도입했으며, 로보티즈가 보유한 액추에이터와 감속기 기술을 내부 개발 라인과 연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로보티즈는 물류·제조 기반 사람형 로봇을 실증해온 기업으로 LG전자의 휴머노이드 개발에서도 중심 역할을 맡는 계열사로 꼽힌다. 올 상반기 계열사로 편입한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 업체 베어로보틱스와는 상업용 로봇 사업을 중심으로 기술 협력을 이어가며 휴머노이드 개발과의 접점을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기술 역량을 휴머노이드 개발에 접목하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가전 사업에서 확보한 센싱·구동·설계 기술을 사람형 로봇 구조와 관절 모듈 개발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단행된 조직개편으로 HS사업본부에 HS로보틱스연구소가 신설되면서 로봇 개발 체계도 분리됐다. 기존에는 최고기술책임자(CTO)부문 로봇선행연구소가 가정용 로봇과 휴머노이드 연구를 함께 맡아왔으나 이번 개편으로 가정용은 HS사업본부가, 휴머노이드는 로봇선행연구소가 전담하는 구조가 마련됐다. 영역이 나뉜 만큼 휴머노이드 개발에 역량을 보다 집중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휴머노이드는 결국 사람이 하던 동작을 그대로 구현하는 로봇"이라며 "주요 글로벌 기업이 이를 차세대 핵심 분야로 꼽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내년 1월 열릴 'CES 2026'에서 일정 수준의 청사진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며 "피지컬AI 확산 속도를 보면 휴머노이드 경쟁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