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기쁨 기자] 아스트라자산운용이 조선기자재 업체 케이씨 인수를 둘러싼 갈등에 관해 금융감독원 진정과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가 아닌 신탁형 펀드임에도 일부 출자자가 운용에 개입을 시도하고 기존 주주의 계약 위반까지 겹치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스트라는 최근 '아스트라 바이아웃 제1호'의 판매사이자 출자자인 IBK투자증권이 부당한 운용 지시를 내리고 개입했다며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케이씨 대표 손영태 씨 등 기존 지분 보유자 4인에 대해서는 주식매매계약(SPA)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절차에 착수했다. 아스트라에서 인수를 진행하다가 퇴사한 운용역들에 대해서도 영업비밀 침해와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아스트라의 케이씨 인수는 올해 2월 마무리됐다. 케이씨는 1986년 설립된 선박 기자재 전문 강소기업으로 주력 제품인 선박 부식 방지 장치(ICCP)와 해양 생물 성장 방지 장치(MGPS)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 553억원 영업이익 174억원을 기록하며 30%가 넘는 높은 이익률을 올리고 있다. 아스트라는 당시 프로젝트 펀드로 1405억원을 조달했고 유암코와 IBK투자증권이 3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자사주를 제외한 보통주 전량을 인수했다. 2017년 출범한 헤지펀드 운용사 아스트라가 PE 조직을 신설한 뒤 성사시킨 첫 바이아웃 딜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아스트라에 따르면 이번 갈등은 IBK투자증권 등 일부 출자자가 집합투자업자인 아스트라를 GP 업무에서 교체 혹은 배제하자는 제안을 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핵심 쟁점은 펀드의 법적 성격이다. 케이씨 인수를 위해 설정된 펀드는 통상적인 GP-LP 구조의 경영참여형 PEF가 아니다. 자본시장법상 집합투자업자와 신탁사 판매사 수익자로 이어지는 신탁형 일반사모투자신탁이다.
신탁형 구조에서 아스트라는 펀드 자산을 운용하는 실질적인 주체인 집합투자업자 지위를 갖는다. 신탁사는 자산을 보관하고 운용 지시를 이행하는 보관·결제 창구 역할을 맡으며 판매사는 상품 모집과 사무 처리를 담당한다. 자금을 맡긴 투자자는 수익자 지위에서 운용 성과에 따른 이익을 배분받을 뿐 PEF의 유한책임사원(LP)처럼 경영권 행사나 운용사 교체에 직접 나설 권한은 제한적이다.
아스트라 측은 자본시장법상 신탁형 상품에서는 제3자의 운용 개입이나 집합투자업자 변경 요구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부 출자자가 운용사 교체를 공공연하게 논의한 행위 자체가 법적 한계를 넘은 부당 개입이라는 것이다. 아스트라는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검사국에 조사를 요청하며 이 부분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가려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진정서에는 신탁형 구조의 법적 한계를 넘어선 구체적인 운용 개입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운용사 교체 요구의 이면에는 딜을 주도했던 퇴직 운용역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 직후 이들은 아스트라에 ▲관리보수 인상 ▲성과보수 인상 ▲운용 전결권 보장을 요구했다. 아스트라가 이를 과도한 요구로 판단해 수용하지 않자 해당 인력들은 줄지어 회사를 떠났다.
갈등은 퇴사 이후 본격화됐다. 이들은 개별 출자자에게 직접 연락해 운용사 교체 동의서를 받으려 하거나 외부 기관에 변경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스트라는 이 과정에서 퇴직 운용역들이 대표이사의 내부 전결이나 정식 보고 절차 없이 신탁계약 변경을 시도했다며 업무상 배임 혐의 등을 들어 형사 고소를 제기했다.
퇴사한 운용역이 여전히 케이씨 사내이사로 남아 이사회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도 경영 정상화의 걸림돌이다. 임시주주총회 개최나 신임 경영진 선임, 구조조정 및 투자 집행 등 핵심 안건 처리가 이들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는 게 아스트라 측 설명이다.
SPA 체결 전 중간배당을 두고도 양 측이 부딪치고 있다. 케이씨 인수를 위한 SPA는 지난해 12월 16일 체결되었고 거래종결은 올해 2월 21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아스트라는 M&A 과정에서 대금 납입 며칠 전인 2월 18일에 케이씨에서 5억원 규모의 임의배당이 이뤄진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통상 매각 종결 직전 배당은 매수인의 서면동의가 있어야 유효하지만 관련 절차가 생략됐다는 판단이다. 이에 아스트라는 W&I(진술및보장)보험 청구절차 및 퇴직운용역들의 업무상 과실 여부 등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중에 있다.
아스트라는 이 같은 잡음과 별개로 케이씨 기업가치 향상에 주력할 방침이다. 오는 12월 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케이씨의 밸류업 및 재무·전략을 전담할 대기업 및 해외 IB 출신 대표이사와 CFO를 선임해 경영진을 새롭게 꾸릴 예정이다. 바이아웃 경험이 있는 운용역을 보강해 고객사 다변화와 생산 효율화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재조정 등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본격화한다. 재무적 안정성 확보를 위한 리파이낸싱과 리캡 등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외 사모펀드 및 해외 전략적 투자자(SI)를 대상으로 한 지분 매각 시나리오도 수립해 조기 엑시트 가능성을 열어뒀다.
아스트라 관계자는 "최근 케이씨를 둘러싼 일련의 갈등은 운용사의 역량 부족 문제가 아니라 기존 주주의 약정 위반과 퇴직 운용역의 사익 추구 그리고 신탁 구조를 무시한 제3자의 개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향후 투자계약과 신탁계약 그리고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며 투명한 운용과 선관주의 의무를 다해 투자자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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