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KT 신임대표 공모가 마감된 가운데 윤경림 전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이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KT 내부에서도 외부 인사 보다는 내부에서 대표가 나오길 원하고 있고, 이재명 정부와 코드가 맞는 유력 인물들은 주로 국가인공지능(AI)전략위원회에 속해 있어 당장 KT로 이동하기 힘든 실정이기 때문이다.
앞서 2023년 신임대표 공모에서 중도 하차한 바 있는 윤 전 부문장은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구현모 전 대표와 함께 전 정권 외압에 대한 부당함을 토로한 바 있다. 두 명 모두 명예회복이 절실한 상황에서 유력 후보로 점쳐진 구 전 대표가 불출마 의사를 표명하면서, 구 전 대표의 오른팔로 불리는 윤 전 부문장에게 한층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에 따르면 16일 오후 마감된 KT 신임 대표 공모에 내·외부 인사 20여명이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윤경림 전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이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윤 전 부문장은 KT의 디지털 전환 전략 중심에서 신기술 및 산업 융합을 주도하며 '전략기획통'으로 꼽혀왔다. 내부 조직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새판짜기'에 최적화된 인물이란 평이다.
윤 전 부문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LG유플러스 전신인 LG데이콤과 SK브로드밴드 전신 하나로통신을 거쳐 KT로 이동하며 통신 3사를 모두 경험한 '통신 전문가'로 꼽힌다. 구 전 대표 시절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전략 중심에서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전환 사업을 주도하고, 2023년 차기 대표 후보자 시절에는 '디지.AI(DIGICO+AI)'라는 새 비전을 제시한 이력도 있다. 이 밖에 CJ, 현대차 재직 당시 미디어콘텐츠 및 모빌리티 등 다방면에서 사업을 주도한 바 있는 '올라운더(All-Rounder)'라는 평이다.
앞서 윤 전 부문장이 보은투자 의혹 등으로 중도 사퇴했던 이력은 변수로 꼽히지만, 최근 들어 '재평가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윤 전 부문장은 과거 구현모 전 대표가 사퇴한 뒤 도전장을 내민 바 있다. 그는 최종 후보로까지 선정됐지만, 보은투자 등 의혹와 함께 당시 여당의 사퇴 요구가 이어지면서 중도 사퇴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당시 정치적 외풍이 일부 가해졌다는 평이 나오는 만큼, 최근 정권교체 등 환경이 크게 변화한 상황 속 능력 및 성과 위주의 평가가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당시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최종 후보인 윤경림 전 부문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한건 정부 및 여당의 외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윤 전 부문장은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구 전 대표와 전 정권 외압 여부 및 부당함을 토로하며 재평가 가능성에 힘을 싣기도 했다. 당시 윤 전 부문장은 "대표 후보로 선정된 직후 시민단체 고발과 검찰 수사가 잇따랐으며, 지인들은 '용산 분위기가 안 좋으니 그만두라'고 권유했다"고 밝혔다. 구 전 대표는 "윤 전 부문장은 완전 공개 방식으로 경선했음에도 결국 사퇴 압력이 들어왔었는데, 돌이켜보면 절차가 아닌 개인을 가지고 문제를 삼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구 전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싱크탱크에 합류했던 이력 등도 있어 명예 회복을 위해 윤 전 부문장에게 대폭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공모 과정에서 유력 후보로 점쳐진 구 전 대표는 최근 불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 전 대표의 정치권 인맥 및 영향력이 한층 강화된 상황 속에서 과거 겪었던 부당함을 적극적으로 토로하면서 명예회복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라며 "디지코 시절부터 윤 전 부문장에 큰 신임을 표해온 만큼, 이번 대표 선임간 윤 전 부문장에게 힘을 실어 오명을 씻어내려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유력 후보로는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이 꼽힌다. 그는 KT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정통 KT맨'으로, AI 및 기업간거래(B2B) 부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이어왔다. 이에 박 전 부문장은 구 전 대표, 김 대표 선임 당시에도 유력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릴 만큼 높은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KTH 부사장직을 역임한 박태웅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공공AX 분과장과 임문영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상근부위원장 역시 현 정부의 AI 공약 수립에 기여한 성과 등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처럼 KT 재직 경험이 풍부한 후보군 위주로 물망에 오르면서, 내부인사 위주의 인선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는 KT가 그동안 '2002년 민영화 이후에도 외풍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KT 민영화 이후 연임에 성공한 대표는 황창규 대표가 유일하다. 최근에는 AI 변혁기 속 '경영·사업 연속성'이 필수 요건으로 부상하면서, KT 사업 및 조직 구조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느냐 여부가 주 요건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사태 이후 '조직문화 개선' 등이 필수 요건 중 하나로 부상 중이다. 일각에선 최근 해킹사태 발생 직후 내부보고 및 신고 등을 일부 누락하며 늑장 대응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밖에 지난해 수천명 규모의 구조조정이 단행된 뒤 미흡한 후속조치로 내부 반발을 키웠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사업도 신사업이지만, 현재로선 비상 상황을 조속히 수습하고 지배구조 전반을 개선할 수 있는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 등장해야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내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내부 이해도가 떨어진다면, 임기 3년간 문화를 이해하고 입맛에 맞게 고치려다 막대한 시간을 허비할 것"이라며 "여러 문제가 노출된 조직 문화를 토대로 또 다른 신사업에 집중한다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을 쌓는 것과 다름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모 과정간 유력 후보로 꼽힌 구현모 전 KT 대표 역시 내부인사 발탁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그는 최근 공모 불참 의사를 밝히며 "KT 사업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임원들이 경영진으로 들어왔고, 짧은 시간 동안 전체 임원의 4분의 1 이상이 외부에서 영입됐다"며 "이후 비용구조 개선이란 명목 하에 수천명이 회사를 떠났고, 약 2000여명은 기존 직무와 무관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KT 내부에도 충분히 역량 있는 후보군이 많다"며 "내부 인재가 발탁될 때서야 KT 지배구조는 비로소 단단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내부 이해도를 바탕으로, 통신부터 AI까지 신·구사업 전문성을 두루 갖춘 인물이 차기 대표로 나서야 한다는 학계 목소리도 나온다. AI 사업을 통해 기업 성장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통신 전문성을 토대로 보안·안정성까지 잡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2023년 김영섭 대표와 신임 사내이사 후보군에 오른 문형남 숙명여대 글로벌융합대학장은 "KT란 기업 위에는 5G 인프라, AI 데이터 전략, 양자통신 등 국가 핵심기술 기반이 다수 얹혀 있다"며 "KT 대표는 단순히 회사 성장을 이끄는 역할을 넘어 국가 안보와 국민 생활, 산업 인프라를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에 KT 대표는 더 이상 '경영관리형' 혹은 '관료형 낙하산'이 맡을 자리가 아니다"며 "앞으로의 KT 대표는 AI 전문성을 필수 조건으로 갖추면서도, 통신 분야에 있어 전문가인 '융합형 CEO'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에선 특정 후보자의 현 직책에 대한 무게감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특히 국가 AI 사업에 몸을 담고 있는 인물들은 사익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 아닌 공익을 추구하는 정부 프로젝트에 한층 힘을 실을 것이란 관측이다. 구체적인 계획 이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공석이 생겨선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관련 후보군에는 박태웅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공공AX 분과장과 임문영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상근부위원장 등이 그들이다.
최재식 KAIST AI대학원 교수는 "임 부위원장 등이 KT 신임 대표로 거론되는 것은 금시초문"이라며 "임 부위원장이 KT로 이동한다면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운영에 일부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앞서 박 분과장은 불출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도 했다"며 "KTH 부사장을 역임했지만 온전한 내부 출신으로 보기 어렵고 현재 대통령직속위원회에 속해 있는 만큼 '낙하산' 논란도 일부 의식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한편 KT 신임대표는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해 이사회에 보고한 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된다. 후보자 자격 요건은 ▲기업가치 제고 역량▲ ICT 산업 이해도 ▲임직원 소통 능력 등을 갖춘 자다. 사내 인사의 경우 KT 혹은 계열사에 부사장급 이상으로 2년 이상 재직한 자에 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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