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SK하이닉스가 이르면 이달부터 차세대 HBM4 12단 장비 발주에 나선다. 당초 10월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를 열 계획이었으나 연휴와 인사 일정으로 다소 지연됐다. M15X 준공 일정을 고려하면 장비 입고는 내년 초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가격 협상 등으로 잡음이 있었지만 엔비디아와 HBM4 공급 계약을 마무리하는 등 사업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본격적인 설비 투자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다만 최태원 SK 회장이 운영개선(O/I)를 강조하고 있고 인사 쇄신으로 SK그룹 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 인사 방향이 정리되는 대로 발주 시점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부터 HBM4 장비 발주를 시작한다. 이미 일부 협력사들에 연내 장비 발주 계획을 구두로 전달한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엔비디아에 공급 중인 HBM4는 전작인 HBM3E 12단 장비를 개조해 생산되고 있다. 대응에는 무리가 없지만 생산 기간이 다소 길어질 수 있다"며 "연내 HBM4 전용 장비 발주가 이뤄져야 안정적인 양산라인 구축이 가능하다. 당장 내년 초까지 반입을 마쳐야 하는 장비류도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기존 장비를 활용해 엔비디아에 HBM4 샘플을 보내고, 이후 한 분기 만에 소규모 양산을 시작해 제품을 공급해왔다. 회사 측이 지난 9월 보도자료를 통해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고 공식화한 것도 이러한 상황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선 관계자는 "기존 장비로 소규모 물량을 생산하는 단계를 (양산 체제 구축이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SK하이닉스가 M15X 팹에 첫 클린룸을 오픈하며 반입한 장비는 HBM4 제조 공정에 직접 투입되는 전공정·후공정 장비가 아닌, 기초 인프라 구축에 쓰이는 장비다. M15X는 SK하이닉스가 청주에 약 20조원을 들여 건설 중인 신규 생산라인으로, 내년 초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통상 장비 발주 후 반입까지 1~2개월이 소요되는 점과 M15X의 전력 인프라 여건 등을 감안하면 실제 장비 반입 시점은 내년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부장 업체 한 관계자는 "현재 SK하이닉스는 M15X의 전력 수급에 대해 청주시 지자체와 협의를 진행 중인 단계"라며 "라인 등 인프라 투자는 전력 요건과 상관 없이 선행할 수 있지만, 실질적인 장비 투입은 (일련의 행정 절차가 마무리된 후인) 내년 초에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SK하이닉스 관계자는 "M15X 바로 옆 부지에 위치한 신청주변전소에서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SK하이닉스가 내부적으로 장비 투자 계획을 구체화하는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 역시 이르면 이달 중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는 통상 장비 수요가 일정 수준 쌓이면 투심위를 열어 발주 계획을 논의하는데, 결정이 내려지면 협력사에 곧바로 통보해 납품 시기를 조율한다. 물론 필요에 따라 별도의 심의 없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어 투심위가 장비 발주의 선결 조건은 아니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당초 SK하이닉스는 투심위를 지난달 진행하려 했지만, 추석 연휴와 SK그룹 인사 일정 등을 고려해 11월 말~12월 초로 미룬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SK그룹 인사와 '운영개선' 기조 등으로 인해 투자에 있어서도 신중함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과의 경쟁 등으로 인해 투자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렵지만 효율성을 최대한 높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SK그룹은 지난달 국내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가운데 가장 먼저 인사를 단행하며 조직 효율화에 나섰다. 최근 사장단 인사를 마친 데 이어 이번주 임원 인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일부 계열사는 최대 40%의 인력 감축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그룹 전반에 인사 쇄신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의 수익성에 힘입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대대적인 변화보다는 현 체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사장단 인사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기존 직책을 그대로 유지, 차선용 미래기술원장이 사장으로 신규 선임됐다. 임원 인사 역시 감축 칼날을 대체로 비켜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전반의 긴장감이 높아진 만큼 인사 방향이 정리되는 대로 장비 투자 계획 등도 구체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최근 엔비디아와 HBM4 공급 계약을 마무리하는 등 사업적 불확실성이 점차 걷히는 분위기다. 앞서 HBM4가 탑재될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루빈' 출시가 지연되고, HBM4 요구 사양이 변경되면서 협상이 지연된 바 있다. SK하이닉스의 HBM4는 현재 엔비디아 퀄테스트 막바지 단계에 있으며, 사실상 통과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현재까지 메모리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중 엔비디아에 HBM4 공급이 확정된 곳도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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