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SK하이닉스가 쿼드레벨셀(QLC) 낸드플래시 시장 성장세에 발맞춰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 321단 QLC 제품을 출하하며 판매 비중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QLC 수요를 자회사 솔리다임을 통해 대응해왔으나, 본사 차원에서도 역량을 강화해 시너지를 높이려는 움직임이다. 이와 더불어 SK하이닉스는 현재까지 솔리다임을 두고 기업공개(IPO) 등 여러 옵션을 검토해왔으나 현재로서는 관련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321단 2Tb(테라비트) QLC 낸드를 내년 하반기부터 고객사에 본격 출하할 계획이다. 지난 8월 양산 개시를 알린 지 1년 만의 상용화다. SK하이닉스는 그간 176단→238단→321단으로 낸드 '단수 올리기'에 집중해왔는데, 이제는 기존 트리플레벨셀(TLC) 제품뿐 아니라 QLC 라인업까지 확대하며 선단 공정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전사적으로 낸드 사업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스토리지(저장장치) 수요가 늘면서 QLC 기반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시장이 확대되자 본사 차원에서 QLC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본사에서도 (TLC 낸드가 주류인) 소비자용 SSD 비중을 상당수 줄이고, 수익성이 높은 QLC에 집중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캐파(생산 능력) 증설에는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낸드의 전환 투자 비용이 D램보다 높은 가운데 수익성도 충분히 회복되지 않아서다.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까지 낸드 사업에서 적자를 이어오다 3분기에 들어서야 소폭 흑자 전환했다.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일반 D램과 낸드는 기존 캐파의 선단공정 전환으로 수요 증가에 대응할 방침"이라며 신중한 투자 방침을 공식화했다.
앞선 관계자는 "동일 캐파당 전환 투자 비용은 D램보다 낸드가 더 비쌀 수 있다. 안 그래도 수익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비싼 투자를 단행할 이유가 없다"며 "장비를 개조하거나 신규로 구매하는 비용도 많이 든다. 특히 식각·증착 공정 장비는 D램보다 훨씬 고가의 제품을 써야 해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3분기 D램 영업이익률은 60%에 달했으나, 낸드 부문은 한 자릿수 초반대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QLC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확보한 자회사 솔리다임(구 인텔 낸드솔루션 사업부)도 힘을 보태고 있다. 솔리다임은 지난 2021년 SK하이닉스 연결 재무제표에 편입된 이후 대규모 적자를 이어왔지만, 최근 QLC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가시적인 실적 개선을 이뤘다. SK하이닉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 3조3556억원, 영업이익 13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5.60% 줄었지만, 709억원의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 3분기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 수익성이 개선된 것도 본사 낸드 부문의 비용 부담을 솔리다임이 상당 부분 상쇄한 결과였다.
SK하이닉스는 차지 트랩 플래시(CTF) 기반 3D 낸드 기술을, 솔리다임은 플로팅 게이트(FG) 기반 3D 낸드 기술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FG 방식은 구식 기술로 분류되지만 안정성과 전력 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반도체 업계 다른 관계자는 "솔리다임은 QLC 제품의 비트 집적도가 높아 기술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라며 "물론 FG 기술은 고적층화의 한계로 장기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 기술 덕분에 QLC 제품을 경쟁사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사용법'도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리된 분위기다. 이 회사는 지난 2021년 11조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솔리다임을 인수했다. 하지만 솔리다임이 인수 첫해부터 3년간 누적 8조원이 넘는 적자를 내자, 8조원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상당한 지출이 발생했다. 이후 SK하이닉스는 재무 부담을 낮추고자 솔리다임의 뉴욕증시 상장(IPO)을 추진했으나 최근 실적이 반등하면서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기조로 선회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미국 엔지니어 인건비 등 솔리다임 운영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커 IPO를 추진했지만, 최근 QLC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관련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며 "다만 솔리다임의 FG 방식이 기술적 한계에 다다른 만큼 성장세를 오랫동안 낙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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