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부실 저축은행으로 분류된 라온·상상인저축은행을 연달아 품은 KBI그룹이 금융업 복귀의 마지막 관문인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심사에 직면했다. 금융당국의 시선은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 두 저축은행의 건전성 회복을 뒷받침할 만한 KBI그룹의 '자본 확충' 능력이 충분한지 여부다.
라온저축은행과 상상인저축은행은 모두 최근 수년간 부동산 자산 부실 누적으로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곳이다. 두 곳 모두 올해 들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비율 등 핵심 건전성 지표는 여전히 업권 평균의 훨씬 상회하고 있다. 추가 부실자산 정리가 불가피한 만큼 대규모 자본 투입이 대주주 적격성심사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I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KBI국인산업은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90%+1주'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 최종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KBI국인산업은 라온저축은행 인수도 병행 중이다. 지난 7월 라온저축은행 지분 60%를 확보한 데 이어, 대주주 적격성심사 완료 후 30%를 추가 인수해 총 90% 지분을 보유한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KBI그룹은 25년 만에 금융업 복귀를 추진하게 됐다.
KBI그룹은 건설, 자동차, 철강 등 다양한 산업군에 30여개 계열사을 보유하고 있다. 전신인 갑을상사그룹은 한때 '갑을상호신용금고'를 운영했지만 2000년 MS저축은행에 매각하며 금융업에서 철수한 바 있다.
이번 인수의 최대 관문은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심사다. 라온저축은행과 상상인저축은행은 모두 부실 자산으로 인한 자산건전성 악화로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상태여서, 금융당국은 KBI그룹의 자본 확충 계획과 재무 안정성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인수합병(M&A)을 통해 부실 저축은행의 경영정상화를 유도하고 있어, 대주주의 지원 여력이 핵심 평가 요소가 된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 2021년 651억원의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이후 금융당국의 매각 명령과 부동산 자산 부실이 겹치며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750억원, 83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적극적인 부실자산 정리를 통해 올해 상반기 158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라온저축은행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영향으로 2023년 43억원, 2024년 3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경영정상화 노력으로 올해 2분기 3억원가량의 분기 순이익으로 돌아섰다.
다만 건전성 지표는 여전히 취약하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상상인저축은행의 연체율은 21.24%로 전년동기보다 4.73%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부동산 대출 신용공여액(5154억원)의 연체율은 42.80%에 달한다. 같은기간 NPL비율 역시 27.26%로 전년동기보다 2.5%포인트 올랐다.
라온저축은행 역시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연체율 20.11%, NPL비율 22.29%를 기록했다. 부동산 대출 신용공여액(345억원) 연체율은 26.9%에 달한다. 업권 평균 연체율이 9.0%인 점을 고려하면 두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 개선은 시급한 상황이다.
부실 정리에 필요한 대주주의 자본 지원이 관건인 만큼,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심사에서 KBI그룹의 재무 안정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KBI그룹이 라온저축은행 인수 과정에서 한 차례 자본 확충 능력을 입증한 만큼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역시 무난히 심사 문턱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KBI그룹은 이달 초 라온저축은행에 1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경영정상화 의지를 드러냈다. 발행가액 1만1500원에 신주를 발행하며 부동산PF 부실 정리를 위한 실탄을 신속히 투입한 것이다. 이는 금융당국에 제출한 자본 확충 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또한 외부 투자자 유치 가능성도 거론된다. 과거 전략적투자자(FI)와 사모펀드(PE)로부터 지원받은 페퍼저축은행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9년 페퍼저축은행 유상증자에는 파인트리자산운용이 FI로 참여했고, 올해는 SG프라이빗에쿼티가 자금을 투입했다.
KBI그룹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자본확충 규모와 방식은 현재 진행 중인 대주주 적격성심사가 마무리되면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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