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삼성디스플레이는 물론 중국 업체들까지 8.6세대 IT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에 나서면서 2029년에는 패널 공급 과잉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모바일 PC 수요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해 8.6세대 OLED 양산 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기존 6세대에 비해 생산 효율성이 높을지 검증되지 않은 만큼 현 상황이 '과잉 투자'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진한 옴디아 이사는 21일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엘타워에서 개최한 '옴디아 코리아 디스플레이 컨퍼런스'에서 "모바일 PC용 OLED 수요와 8.6세대 OLED에 투자한 업체들의 캐파를 비교했을 때, 2029년에 캐파가 수요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같이 말했따.
최근 정체된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급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는 바로 태블릿, 노트북 등 모바일 PC다. 교체 주기가 TV, 모니터 등 다른 애플리케이션과 비교했을 때 짧은 데다 최근 인공지능(AI)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면서 AI를 구현하기에 적합한 디바이스로 꼽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바일 PC가 여러 교체 주기가 맞물렸다는 점도 호재다. 코로나19 당시 모바일 PC 수요가 늘어났는데 현재 4~5년 차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기기 교체 주기가 된 데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10 지원을 최근 종료했기 때문이다.
박 이사는 "최근 모바일 PC가 AI 구현을 위해 적합한 디바이스로 각광받으면서 하드웨어 업그레이드에 대한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윈도우 10에 대한 지원이 종료됐고 코로나19 이후 모바일 PC 교체 수요가 증가했다"고 했다.
우리나라 기업은 물론 중국 기업들이 8.6세대 IT OLED 투자에 나서는 이유다. 현재 국내 기업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양산 투자에 나섰으며, 중국은 BOE, 비전옥스, CSOT가 본격적으로 설비를 투자하고 있다.
이중 가장 앞선 업체는 바로 삼성디스플레이다. 박 이사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8.6세대 IT OLED 패널 양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BOE도 가능한 한 빠른 시점에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차이나스타(CSOT)와 비전옥스는 증착 과정에서 파인메탈마스크(FMM)를 활용하지 않는 잉크젯, ViP 방식 등 신기술을 내세워 투자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설비 투자 가능성은 30% 이하로 매우 낮은 상황으로, 현재 진입하더라도 2029년이 돼야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업체들도 8.6세대 IT OLED 양산을 앞두고 필사적으로 노트북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CSOT의 경우 적극적으로 글로벌 톱 브랜드와 논의하며 일정 패널을 공급하기 위한 상호협약(MOU)까지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국 업체와 중국 업체 사이에 기술력 차이가 있는 만큼 진입 전략에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데이비드 시에 옴디아 대만 시니어 리서치 디렉터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애초부터 모바일 PC를 겨냥해 투자를 시작했지만, 중국 업체들은 스마트폰 생산을 노리고 있다"며 "그나마 BOE가 가장 모바일 PC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우선 스마트폰 생산을 시작으로 기술의 성숙도를 쌓아가자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 업체가 한 번에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2029년에는 공급 과잉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문제는 8.6세대에 IT OLED를 생산하는 게 기존 6세대보다 더 효율적일 것인지 확언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박 이사는 "업체들의 캐파와 모바일 PC용 OLED 수요를 비교했을 때 대략 2029년에 생산 캐파 수준이 수요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8.6세대 OLED 투자가 이론적으로 설계된 만큼 실제 양산에 돌입했을 때 기존 6세대보다 효율적일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만약 6세대보다 경쟁력이 있다면 수요가 더 증가해 공급 과잉 우려가 해소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올해 정체기를 겪은 디스플레이 업계가 내년에는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대수 기준으로는 정체 기조가 이어지겠지만 면적 기준으로는 대면적화 트렌드가 가속화되며 성장을 이룰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 업체로서는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중국 업체들이 적자를 감수하며 OLED 시장에 나서고 있지만 적자 폭이 줄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한·중 디스플레이 전쟁은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에 디렉터는 "올해 업계 분위기는 다소 침체돼 있지만 내년에 대해서는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에 디렉터에 따르면 올해 디스플레이 수요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매출과 면적 기준 모두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 면적 기준 성장률은 2025년 연간 기준 2%, 매출 기준은 0%에 불과하다. 하반기 패널 공장 가동률도 80% 이하로 내려갈 전망이다.
그러나 2026년은 '반등의 해'가 될 것이라는 게 시에 디렉터의 설명이다. 판매 대수가 크게 늘어나진 않겠지만 생산 면적은 증가할 전망이다. 내년 회복을 견인하는 요인은 액정표시장치(LCD), OLED TV 패널의 면적 확대, IT용 OLED 수요 증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에 디렉터는 "2025년의 정체는 2026년의 더 나은 성장을 위한 준비 단계"라며 "판매 대수 기준의 성장은 제한적이나, 면적 기준으로 LCD·OLED TV, IT용 OLED 실적 개선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TV 산업의 경우 판매 대수 기준이 아닌 면적 기준 출하가 늘고 있다. TV 판매 대수는 증가하지 않지만 대신 더 큰 TV를 구매하는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적 기준 적용은 단지 TV뿐 아니라 다른 기기로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디스플레이 업계가 반등하겠지만 한국 업체와 중국 업체 간 경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LCD에 이어 OLED 분야에서도 저가 공세를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은 현재 중국 보조금을 등에 업고 적자를 감수하며 OLED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설비에 대한 감가상각이 완료되고 있으며, 고객층이 확대되고 기술이 성숙해지며 적자 폭이 줄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에 디렉터는 "중국은 비용 경쟁으로 OLED 시장을 공략하려 한다"며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제외한 중국 OLED 패널사들은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적자 폭은 줄고 있으며, 언젠가 흑자 전환할 것이다. 그때 한국 기업과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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