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농협중앙회가 김병수 전 하나로유통 대표를 신임 조합감사위원장으로 선임하면서 강호동 회장의 인사권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감사 경력이 전무한 인물이 주요 요직에 발탁된 데다 강 회장의 '측근 인사'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며 내부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지난달 25일 이사회를 열고 김 전 대표를 조합감사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전국 1100여개 지역 농·축협의 자산과 업무를 감사하는 조합감사위원회는 농협 내부에서도 핵심 기구로 꼽힌다. 조합감사위원장 역시 농협 내 서열 5위 안에 드는 핵심 요직으로 꼽힌다.
조합감사위원장의 위상과 역할을 고려해 선임 절차도 까다롭게 규정돼 있다. 농협중앙회는 인사추천위원회의 추천과 이사회 의결을 거쳐 조합감사위원장을 선임한다. 특히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서는 ▲임원으로서의 자질 ▲농협에 대한 이해와 비전 ▲조직관리 및 전략적 사고능력 ▲윤리관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이러한 심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당장 김병수 위원장은 감사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 지역 농·축협에서 내부통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자금세탁방지, 부정수급 점검 등 감사의 역할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어 실무 경험 없이 조직을 감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전국금융노동조합 NH농협지부)에 따르면 조직관리 및 전략적 사고능력 측면에서도 김 위원장이 기준에 부합했을지 의구심이 든다. 그는 하나로유통 대표 재직 당시 'e-하나로 사업' 등 물류 자동화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수요 예측 실패로 적자가 지속돼 회사에 손실을 안겼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조합감사위원회는 전국 농·축협의 건전한 경영을 위해 절대적으로 공정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자리"라며 "이런 중요한 자리에 경영의 실패를 초래한 인사를 임용하는 것은 또 지역 농·축협의 경영을 망치고 나아가 농협중앙회 부실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런 이력 탓에 농협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의 선임이 능력보다는 강호동 회장과의 인연에 따른 것 아니냐는 회의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공식적 선거 캠프는 없었지만 김 위원장이 강 회장을 비공식적으로 측면 지원한 인물로 분류된다는 말이 내부에서 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강 회장은 공식적으로 인사권을 갖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인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조합감사위원장을 포함한 주요 임원 인사는 인사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이사회에서 최종 의결되는데, 이사회 의장을 회장이 맡고 있고 이사회 구성 자체도 회장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는 회장과 전무이사, 상호금융 대표이사 등 내부 집행 간부를 포함한 이사들로 구성되며 회장이 이사회를 소집하고 의장 역할도 겸한다. 즉 조합감사위원장 선임의 핵심 절차인 이사회 의결이 실질적으로는 회장 주도로 이뤄질 수 있는 구조라는 뜻이다.
또 이사회는 인사추천위원회 위원을 위촉할 권한도 갖고 있다. 인사추천위원회 구성조차 회장 주도의 이사회 의중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점에서 인사 추천부터 최종 의결까지 모든 과정이 회장의 영향권 아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강 회장 취임 이후 인사 논란이 반복되면서 농협 안팎에서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인사 추천에서부터 최종 선임까지 모든 절차가 회장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보니 누구를 뽑든 비슷한 의혹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동시에 단순히 구조적 문제로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 회장이 본인에게 집중된 권한을 활용해 자격이 의심되는 측근을 반복적으로 중용하면서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 논란을 스스로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 회장 취임 이후 단행된 주요 인사를 보면 상당수가 퇴직자 출신 외부 인사였고 내부 승진은 거의 없었다. 조직 안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보다는 회장과 과거 인연이 있거나 선거 과정에서 비공식적으로 관여한 인물이 요직에 발탁되는 사례가 반복됐다.
강 회장이 이러한 지적에 별다른 문제의식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보은 인사 논란이 제기됐을 당시에도 강 회장은 "선거 기간 저와 마음을 나눈 분들"이라는 식의 발언으로 내부 반발이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우려를 사실상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농협 관계자는 "이전 회장 임기에도 인사권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는 얘기가 특히 내부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며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문제를 고쳐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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